산업재해 사업주 처벌 강화…충청권 중소기업계 "과잉 처벌" 반발

대전세종충남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5일 중기중앙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중기중앙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 제공
대전세종충남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5일 중기중앙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중기중앙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 제공
"사고 책임을 무조건 기업 탓으로 돌리는 것은 원인분석을 흐트러뜨려 오히려 산재예방을 방해하고 반기업정서만 조장합니다."

국회 입법 처리를 앞 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에 대한 충청권 중소기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과잉·중복 처벌과 현장 목소리 외면 등을 내세우며 법안 제정 반대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대전세종충남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5일 성명을 내 "사고 발생 책임을 모두 경영자에게 돌리는 법안 제정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이미 강화된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사업주가 지켜야 하는 의무조항이 1222개에 달한다"며 "주 52시간 근무제로 경영 어려움이 커진 상황에서 중대재해법까지 시행되면 중소기업 다수는 폐업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명에는 중소기업중앙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 대한전문건설협회 대전시회와 세종·충남도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대전지회와 세종충남지회, 대전소상공인포럼협의회, 대전세종충남플라스틱협동조합, 대전세종충남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대전세종충남 기계공업협동조합 등도 이름을 올렸다.

업계는 과잉 입법을 지적하고 있다. 법안이 대표자 형사 처벌, 법인 벌금, 행정제재, 징벌적 손해배상 등 4중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관련 처벌이 6개월 이하 징역형에 불과하고 중대재해법의 모태인 영국 법인과실치사법에는 사업주 처벌이 아닌 법인 벌금형으로만 돼 있다.

현장의 목소리가 철저히 배제된 법안이라는 반발도 나온다. 업계의 말을 종합해보면 지역 중소기업 오너의 99%가 그 회사의 대표다. 원하청 구조와 열악한 자금 사정 등으로 중소기업은 모든 사고의 접점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도 고려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중소기업은 CEO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점에서 CEO의 징역형 자체가 회사 존폐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기중앙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표를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 적극적인 경영 활동을 주저하게 만들 것"이라며 "기업 활동 위축은 생산량 저하를 가져와 결국 신규 고용 창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오승균 대전세종충남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7년 이하의 징역 처벌을 받는 현 산업안전보건법도 현장에서 받아들이기엔 벅찬 수준"이라며 "산업재해를 반기는 기업인은 단 한명도 없다. 회사 경영과 현장 관리에 부담을 가중하는 법안이기에 충분히 시간을 갖고 합리적인 법이 만들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김양수 대한전문건설협회 대전시회장은 "건설현장의 경우 타 분야보다 산재가 많이 발생하고 있어 유감"이라며 "다만 건설현장은 일용직 근로자가 95%에 달해 철저한 사전 안전 교육을 펼쳐도 일부 개인의 부주의로 발생하는 산재를 막을 순 없는 노릇"이라고 답답해했다.

중대재해법을 둘러싼 논란은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헌법에 위배된다` 입장을 전달하며 법안 처리 재논의를 촉구했다.

중대재해법은 노동자가 숨지거나 다수의 피해를 낸 산재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이른바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보다 처벌 수위가 높은 게 특징이다. 중대재해법안은 법인과 별도로 사업주에게도 법적 책임을 묻는다.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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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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