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영 편집부 차장
김하영 편집부 차장
2020년 10월 13일 오전 11시쯤 심정지로 응급실에 온 16개월 아이가 숨을 거뒀다. 양부모는 그저 사고라며 실수로 아이를 떨어뜨렸다고 말했다. 아이의 복부는 장이 터져 피와 염증으로 가득 부풀어 올라 있었다. 의료진은 아동학대를 확신했지만, 양부모는 너무도 서럽다는 듯 소리를 지르며 울었다.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정인이 사건`이 방송에서 재조명된 이후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가 확산하는 등 공분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세 차례 신고가 있었지만 경찰은 아이를 가해자인 양부모에게 돌려보냈다. 정인이 뿐만 아니다. 천안 아동 여행가방 감금 사망, 창녕 학대 아동 옥상 탈출 사례도 있었다. 매번 공분과 애도 외에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기본적인 시스템 정비는 지지부진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9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의하면 2019년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4만 1389건으로 전년 대비 13.7% 증가했고, 2019년 한 해 동안 아동학대로 사망에 이른 아동은 무려 42명이다. 아동학대 발생 장소는 가정(79.5%)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학대행위자 역시 부모(75.6%)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지난해 11월 경찰은 보건복지부와 합동으로 아동학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다. 아동학대 부모와 아이를 분리시키려면 2회 이상 신고, 상처 발견 등 요건을 갖춰야 한다는 것. 하지만 의료진이 아닌 경찰이 멍과 상흔을 통해 학대 정황을 판단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이에 지난 4일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아동학대에 대해 처벌 형량을 2배 강화하는 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형량 강화는 동의하나 `어떻게` 처벌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남겨진 피해 아동을 보호할 곳은 마땅치 않다. 가해자와 분리된 아이를 어떻게 돌볼지, 아이가 속한 가정의 기능은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춰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은 이제 공식적인 인구감소 국가가 됐다. 태어난 아이들도 지키지 못하는 나라에서 출산율을 언급할 자격이 있을지 부끄러울 따름이다. 정인이의 죽음을 막을 기회가 무려 세 번이나 있었지만 이번에도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 우리는 얼마나 더 많은 후회를 반복해야 같은 비극을 끊을 수 있을까. 김하영 편집부 차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