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동산원의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 조사`를 보면 지난해 내내 소규모, 중대형 매장과 사무실의 공실률이 상승하고 임대료는 하락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코로나 사태뿐만 아니라 인구 감소, 온라인 상거래의 확산, 전반적인 저성장 시대에 따라 이는 예견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임대형 공간은 어떻게 하면 공간을 잘라서 효과적으로 임대할 수 있을지에 치중했다. 이는 사실 수요자의 요구에 의한 것이 아니라 건물주 이득의 극대화를 노린 방식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제는 공급 과다에 사용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져 다양한 임차인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임대공간의 혁신적 변화는 필연적이다. 공유오피스나 공유형 창고 공간 등은 그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모바일 환경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최적화된 가변형 중소규모 작업 및 회의 공간과 고품질의 공유 커뮤니티 및 지원 공간으로 구성된 공유 오피스는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또 부족한 수납공간을 위한 공유형 창고 공간 역시 다양한 업체들이 공유 주거나 공유오피스 등과 결합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각도로 준비 중이다.

이러한 공유 기능과 가변성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공간 변화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학교의 공간들 역시 기존의 틀을 넘어 이런 특성을 중요한 가치로 인식하고 공간 재구조화를 진행해야 한다. 이제 정책이나 예산의 한계를 핑계 삼지 않고 각 학교는 수요자인 학생과 교사 중심을 위한 공간으로 변화해나가야 한다.

학교 운동장은 현재 구기 종목이나 육상을 위주로 구성된 단일 용도의 기능으로 접근성과 사용자, 공간의 활용 면에서 불균형이 존재한다. 몇 안 되는 남학생들의 전유물이 되거나 자칫하면 조기축구 같은 임대 공간 용도로 전락하기도 한다. 운동장은 좀 더 다양한 구성원이 이용 가능한 포괄적이고 경험적인 공유 공간으로 재탄생 할 필요가 있다. 축구장 규격에서 벗어나 학교 운동장을 창의적인 육체 놀이 환경으로 세분화해 음악, 미술 공작, 체육, 자연 관찰 학습, 독서 공간 등 야외학습장으로 변화시킨다. 입체적인 지형을 만들고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그늘아래 사교와 휴식이 이루어지는 노천카페 같은 공간으로 비육체적인 활동을 하는 소규모 학생들의 공간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

대형 강의나 음악 수업 등에만 활용되는 시청각실은 규모보다 평상시 활용성이 떨어지는 공간이다. 고정식 좌석에 창이 없는 환경은 집중력을 저하하고 학생 자율적으로 이용하기 어려운 외딴 공간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잠가놔야 하는 공간이 되기 쉽다. 이 작지 않은 공간에 접이식 좌석이나 일부분만 계단형 좌석을 설치하고 나머지 공간은 평평한 큰 무대처럼 만들어서 실내 체육활동이나 음악, 연극, 댄스 등을 할 수 있는 다목적의 가변형 공간으로 계획한다. 외부로 통하는 넓은 접이식 도어를 설치하여 필요할 경우 공간을 확장하여 행사나 공연을 진행할 수 있으며 내부 중정이나 로비와 연접하게 될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열린 가변적 공간 계획으로 교류와 생활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한다. 날씨가 안 좋거나 미세먼지가 심할 때는 체육관의 대체 공간으로 더 많은 학생이 다양한 신체 능력과 공간 감각을 키울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 된다.

상업시설처럼 교육 시설도 수요자들이 원하는 공유와 가변의 기능을 가진 혁신 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물론 이에 걸맞은 교사들의 참여는 필수적이다. 학교에는 교사가 셋이라고 한다. 첫 번째는 교사, 두 번째는 친구, 세 번째는 공간이다. 다양한 요소가 조화롭게 배열된 공유와 가변의 공간은 학생들에게 공간적, 신체적, 감각적, 자연적 경험과 다양한 활동의 동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오형석 공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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