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영 충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전우영 충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평균수명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현재의 10대들은 건강관리를 꾸준히 하고 사고의 확률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면 아마도 평균적으로 90세까지는 살 것이 확실해 보인다. 심지어 의학과 생명공학의 발달 덕분에 평균수명이 120세가 되는 시대를 생각보다 빠른 시점에 만나게 될 것이라는 전망들도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신체가 성장하는 기간의 6배 정도를 살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20세까지 신체적인 성장이 진행되는 인간은 그 6배에 해당하는 120세까지 살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평균 수명을 90세라고 가정했을 때, 야구로 치면 인생이라는 게임은 승부가 9회까지 진행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야구는 1회에서 9회까지 경기를 하고, 9회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하는 경우에는 연장전에 돌입한다. 요즘 프로야구에서 연장전을 12회까지만 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마치 인간의 수명을 토대로 경기시간을 배정해 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야구뿐만이 아니다. 축구도 경기시간이 전후반 90분으로 정해져 있다. 보통은 90분이 되면 경기가 종료되지만, 토너먼트 경기에서는 90분 안에 승부가 결정되지 않으면 30분간의 연장전에 돌입하게 된다. 총 120분의 경기시간이 주어지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야구나 축구의 경기시간이 요즘 10대들의 예측된 평균수명 90세와 가설적인 최고수명 120세에 맞아 떨어진다.

인생을 야구경기 시간에 대응해보면, 10대는 인생이라는 야구경기에서 1회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50대가 마무리되면, 야구경기에서 5회가 끝나고 경기장을 한 번 정리하는 시간을 갖듯이, 지금까지의 인생을 은퇴나 다른 방식으로 한 번 정리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리고 경기가 마지막 회를 향해 갈수록 마무리 투수가 등장할 시점이 가까워진다. 인생을 축구경기에 비유하면 대학생이 되는 18세는 경기시작 휘슬이 울린 후 18분이 경과한 시점에 해당한다. 45분의 전반전이 마무리되고 나면, 인생의 나머지 후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것과 같다.

스포츠 경기를 한 편의 드라마로 표현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극적인 역전승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패배가 분명해 보였던 팀이나 선수가 경기 막판에 승부를 뒤집는 역전승이야말로 사람들로 하여금 스포츠 경기에 빠져들게 하는 가장 큰 매력 중의 하나다.

인생에도 역전승부가 존재한다. 가장 전형적인 인생역전 스토리는 어려운 가정환경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꿈을 성취하거나, 학창시절 전혀 존재가치가 없던 사람이 졸업 후에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이런 인생역전 스토리의 종류가 다양하고 역전의 기회가 많은 사회일수록, 그 사회는 역전의 가능성을 믿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로 활력이 넘치게 된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과거에 비해 이러한 역전승의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개천에서 용이 날 확률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많은 젊은이들이 역전승의 가능성을 애초에 포기하고 자신의 삶의 목표를 최소화하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학벌이나 학력에 대한 차별이 심각한 사회에서 자기 인생에서 도달할 수 있는 한계를 매우 이른 시점에 스스로 규정짓는다. 대학생이 된 경우에도 자신이 들어간 대학의 사회적 통념에 기초한 서열을 토대로 자신의 인생에서 성취할 수 있는 목표를 제한한다. 90인생에서 18세 전후의 시기에, 야구경기로 치면 1회, 축구의 경우에는 전반전 18분이 된 시점에 얻은 점수로 인생의 승부를 종료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스포츠 경기에서 역전승을 하는 개인이나 팀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두 가지 심리적 특징이 있다. 하나는 자신들이 승부에서 이길 수 있다고 믿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이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인생역전은 자신이 언젠가는 성공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자신을 계속 좌절시키는 사회적 편견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선물 같은 것이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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