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대전의 한 음식점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한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코로나19 음성 판정으로 오는 9일까지 자가격리에 들어갔고, 염홍철 전 대전시장은 확진을 받아 병원치료 중이라고 한다. 이 자리에는 대전지역 경제계 인사 1명 등 모두 3명이 함께 했는데 경제계 인사와 염 전 시장은 확진 판정을, 황 의원은 음성으로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들 모임은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라는 규정을 위반하지도 않았고 식당 내 방역수칙도 모두 준수했다는 점에서 하등 문제가 될 것은 없어 보인다. 다만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가급적이면 사적 모임을 자제해 달라는 당국의 권고를 도외시한 채 저녁모임을 가져야 했는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만 할 것이다.

현재 코로나19 상황은 누가, 언제, 어디서 감염이 되더라도 이상하지는 않을 정도의 대유행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가 경제에 미칠 악영향에도 불구하고 거리두기 단계와 관계없이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한 것은 이 국면에서 반드시 감염의 고리를 끊어내겠다는 고육책으로 봐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황 의원 일행의 저녁모임은 여러 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비록 방역수칙에 위배됨이 없었다고 하지만 판데믹 국면에서 몸가짐에 조심을 했어야만 마땅하다. 평소라면 국회의원이 사회 지도층 인사나 지역구 주민 등을 두루 만나 소통하는 것은 권장할 만한 일이기도 하다. 공적 영역에서의 의정활동 뿐만 아니라 사적 모임도 지역 여론을 수렴하고 정책화하는데 있어 중요한 통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닌 것이 확실하다.

우리 사회가 이른바 사회 지도층 인사들에게는 보다 높은 도덕적 기준을 요구하고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들의 행동이나 발언 하나하나가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당장 황 의원 일행의 모임과 감염병 확진 소식이 전해지자 누군들 지인들을 만나기 싫어서 만나지 않는 줄 아느냐는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안 그래도 황 의원과 같은 당 소속 의원이 지난 달 초 마스크를 하지 않은 채 지인들과 와인을 즐기는 사진으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대다수의 국민은 방역과 경제의 경계에서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데 사회 지도층이 솔선수범은 하지 못할망정 국민의 사기를 꺾는 일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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