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방역수칙 준수한 시민 상생의 힘으로 희망 쏘아 올려
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긴 터널 속에서도 반전(反轉)의 기운은 움트고 있었다. 자신의 안위보다 공공의 안전을 위해 코로나19와 사투를 마다하지 않은 의료진, 공동체를 지켜내려 연대와 협력의 기치를 든 자원봉사자, 각자도생이 아닌 상생을 선택한 시민들의 고통분담으로 밀어 올린 `희망`이다. 갓 서른을 넘긴 곽명신 대전시 역학조사관은 신혼의 단꿈을 포기한 지 오래다. 공중보건의인 그는 지난해 2월 초 결혼한 새신랑으로 신혼여행을 마치자마자 바로 복귀해 1년 내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대전 1번 확진자가 2월 21일 나오고부터 꾸준히 늘어 지난해 말 800명 대(12월 28일 기준)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곽 조사관의 주요업무는 코로나19 확진자 이동경로와 접촉자 파악이어서 확진자 발생에 대비해 24시간 대기해야 한다.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그의 아내 역시 코로나 대응 최전선에 있다. 곽 조사관은 "코로나19 창궐로 아내와 떨어져 생이별하다시피 살고 있지만 공중보건의로서 시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의무를 다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지역사회 대응체계와 수준이 높고 시민들의 방역의식 역시 성숙해 코로나 종식을 향해 한걸음씩 전진하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지역 전체 확진자의 30% 가량을 점한 대전 서구에서 감염병 대응을 하고 있는 서구보건소 소속 의사 민인옥(54) 씨도 "새해에도 코로나19 위협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 다만 그동안 시민들이 보여준 적극적인 방역활동 참여와 협조가 이어진다면 코로나 바이러스와 충분히 맞서 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간호사 조정희(39) 씨는 "작년 여름 오랜 장마와 무더위 때 방호복을 벗지도 못한 채 선풍기 바람에 잠깐 얼굴 땀만 식히고 다시 현장으로 가던 기억이 선하다"면서 "그럴 때마다 `수고한다` `고맙다` 같은 따뜻한 격려의 한 마디로 스트레스와 피로를 잊게 해준 시민들 덕분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대전중구보건소 소속 보건직공무원인 조후선(31) 씨는 "우리 의료진과 자발적으로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시민들이 함께 코로나 확산을 저지하고 있는 것"이라며 시민사회에 공을 돌렸고, 방역담당 연미금(44) 주무관은 "첫 확진자 이동경로에 은행동과 중앙로지하상가가 포함돼 긴급방역을 하던 그 날을 잊을 수 없다. 앞으로도 코로나19로부터 시민 안전을 지킨다는 일념 아래 더 촘촘한 방역망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자영업자 최흥자(49) 씨는 핫도그 가게 창업 4년 만에 코로나19로 인한 급격한 매출감소를 속수무책 지켜봐야 했지만 그럼에도 희망을 놓아선 안 된다고 입술을 다문다. 최 씨는 "확진자가 한 명씩 나올 때마다 매장 방문 고객이 눈에 띄게 줄었고 원격수업으로 학교 단체급식마저 막혔을 때는 눈앞이 캄캄했다"면서도 "업종만 다를 뿐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 모두 조금만 더 힘내 버티어내면 새해에는 소소하지만 소중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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