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종헌 공주대 교수 겸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 위원
진종헌 공주대 교수 겸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 위원
작년 7월 발표된 한국판뉴딜이 본격적인 실행 첫 해를 맞이하고 있다. 2020년 7월 14일 문재인대통령은 한국판뉴딜보고대회에서 한국판 뉴딜을 포스트코로나 시대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제안했다. 디지털뉴딜, 그린뉴딜, 고용사회안전망을 축으로 한국판뉴딜정책이 발표되었으며, 지난 10월 13일 2차 전략회의에서 지역균형뉴딜이 추가로 발표되었다. 그리하여 현재 국민들에게 알려진 뉴딜정책은 디지털, 그린, 안전망, 지역균형 네 개로 구성되어 있다.

정부는 한국판뉴딜이 `대한민국대전환`을 가져올 것이며, 우리나라를 세계선도국가로 도약시킬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여전히 지역에서의 체감도는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한국판뉴딜의 두가지 본질적 측면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한국판뉴딜이 향후 수십년의 미래를 결정할 국가적 대투자의 기획이라는 점이다. 5년간 160조가 계획되어 있지만, 투자계획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때 이는 당연히 10년, 그리고 20년 이상의 기획으로 연장될 것이다. 그린뉴딜만 하더라도 2050년 탄소중립목표를 향해 지속될 수밖에 없기에 5년의 단기투자로 끝날 수 없는 것이다.

두 번째 본질적 측면은,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인데, 한국판 뉴딜은 사회적 새판짜기 즉, 사회경제대개혁의 기획이라는 것이다. 뉴딜(New Deal)은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새로운 약속, 새로운 협약의 의미를 가진다. 기존의 사회제도와 시스템을 개혁함으로써 향후 한국사회를 이끌고 나갈 새로운 주도세력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1930년대 미국의 원조 뉴딜 역시 토목공사중심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루즈벨트 대통령이 취임직후 각종 경제개혁입법을 통해 중산층성장의 토대를 마련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935년 노동개혁법과 사회보장법의 시행을 통해 20세기 초반 심각했던 부의 집중이 완화되기 시작했고, 두텁게 형성된 중산층은 이후 70년대 말까지 포드주의(Fordism) 체제하에서 미국의 황금시대를 지탱했다.

현재의 한국사회는 상당히 노쇠한 사회이며 개혁적 동력이 소진되어 있다. 최근 뉴스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세계100대 기업에 신규진입한 한국기업은 없는 반면에, 중국 11개, 미국 9개, 일본 5개 기업이 새롭게 진입했다.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의 억만장자 즉, 10억달러 이상 자산가 중 자수성가한 기업인 비중에서 한국은 현저하게 낮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젊은 세대가 창업을 통해 사회의 주도세력이 되고 리더가 될 수 있다는 비전을 갖기 힘들다. 청년이 도전하지 않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한국판뉴딜은 제도와 시스템개혁을 통해 젊은 세대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새로운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사회적 여건을 만들고, 수도권뿐만 아니라 많은 지역이 경쟁력을 가짐으로써 한국사회의 미래를 실질적으로 준비하자는 의미이다. 즉, 현재의 기성세대가 사다리를 걷어차는 사회, 기존 대기업중심으로 문을 걸어 잠그는 경제구조, 서울수도권 일극초집중의 사회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만들자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반문할 수 있다. `현재 한국판 뉴딜이 정말 그런 개혁적 기획이라는 말인가요? 내가 볼 때는 기존의 하향식 정부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는데...` 이 질문에 대해서는 한국판뉴딜은 진행형이며, 진화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하나의 예를 들면, 위에 언급했던 것처럼 작년 7월 한국판 뉴딜의 최초 발표에서 지역균형뉴딜은 없었다. 해석하면 수도권대기업 중심의 뉴딜이 될 가능성이 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발표 직후부터 균형발전을 걱정하는 많은 이들이 한국판뉴딜에서 지역의 중요성을 주장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받아들여져서 지역균형뉴딜이 추가된 것이다. 이처럼 한국판뉴딜을 개혁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지역사회를 비롯한 국민들의 몫이다. 한국판뉴딜은 이제 겨우 출발점에 서 있다. 진종헌 공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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