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프리랜서 취업준비생들 "희망은 어디에"
병·의원들도 환자 '뚝'…언택트가 대세 포장·배달업 호황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고충은 극심했다. 뚝떨어진 매출에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는 자영업자와 갑작스럽게 일터를 잃은 시민들이 넘쳐났다. 사진은 지난해 3월 대전 서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실업급여와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러 온 민원인들 모습. 사진=김용언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고충은 극심했다. 뚝떨어진 매출에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는 자영업자와 갑작스럽게 일터를 잃은 시민들이 넘쳐났다. 사진은 지난해 3월 대전 서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실업급여와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러 온 민원인들 모습. 사진=김용언 기자
코로나19는 일상을 송두리째 바꿨다. 공기가 아무리 좋아도 마스크를 썼고 줄을 서 마스크를 사게 될 줄도 몰랐다. 볕이 따뜻해지는 3월. 학교 문턱을 넘어섰어야 할 학생들은 새 친구 대신 원격수업이 익숙해졌다. 소상공인·자영업계는 쑥대밭이 됐다. 치킨집 사장은 배달 대행 수수료를 아끼려고 오토바이에 몸을 실었고, 기합소리로 가득 차던 동네 태권도 학원 관장은 야간 택배 아르바이트를 했다. 부푼 희망을 품었던 취업준비생들은 연신 구직 문을 두드렸지만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에 좌절했다. 일견 비관적인 면만 있었던 건 아니다. 비대면(언택트) 소비가 일상 속 깊숙이 자리 잡아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졌다. 이처럼 미증유의 코로나19 그림자는 명과 암이 공존하고 있다.

◇`절망 가득` 중소기업·소상공인=코로나19 충격을 오롯이 떠안은 자영업·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의 위기는 여타 분야에 견줘 유독 도드라진다. 중소기업은 경영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언젠간 갚아야 할 부채에 시달리고 있고, 소상공인·자영업자는 거듭된 거리두기 단계 강화로 존폐가 걸린 `영업 빙하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로 경영이 악화하면서 대다수 기업이 외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피해가 집중된 지난해 4월부터 연말까지 중소·중견기업 대출(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 지원액은 25조 7000억 원에 달한다. 이들 국책은행의 지원 목표액인 21조 2000억 원을 4조 원 이상 뛰어넘은 액수다.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은 기업들이 국책은행 자금을 그만큼 많이 끌어 썼다는 얘기다.

금리, 우대 혜택이 있는 국책은행 자금 지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결국 언젠가는 갚아야 할 빚이라는 점에서 기업에는 부담이다. 대전산업단지의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임시방편일 뿐, 총제적인 위기관리에는 사실상 손을 놓은 셈"이라고 토로했다.

중소기업들은 무너지는 둑(경영 위기)을 가까스로 막아도 후일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의 위기는 더 절박하다. 소상공인 등의 어려움은 대출 창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달 12월 긴급 공지한 소상공인 긴급대출은 1인당 저금리로 2000만 원을 지원하는데 약 2만 명이 몰려 3000억 원이 순식간에 소진됐다. 정부가 1-2차 재난지원금을 편성해 소상공인 등을 지원했지만, 이미 대다수가 추가 대출 없이 버티기 힘든 상항에 몰린 것이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코로나 대유행이 올해 1분기에도 이어지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며 "일시적인 대책을 뛰어넘어 상가 임대료 부담 추가 완화, 대출 원리금 부담 경감 등 중·장기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코로나 여파로 악화일로에 빠진 동네병원들은 심각한 경영난을 호소한다. 대한의사협회가 지난해 내과·소아청소년과·이비인후과 등 진료과 개원의 18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될 경우 의료기관 운영이 가능한 기간에 대해 10명 중 8명 꼴인 82%가 `1년 이내`라고 답했다.

코로나 확산으로 건강보험청구액과 매출액, 내원 환자수가 급감 최소한의 고용유지가 어려운 상태가 됐다. 가뜩이나 개원 시 금융권 대출을 잔뜩 끌어 온 터라 추가로 빚을 내기엔 엄두도 낼 수 없다는 게 의료계의 전언이다. 소규모 동네 병·의원을 중심으로 줄 도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코로나 된서리 맞은 고용시장=대전의 한 사립대를 졸업한 김모(29)씨의 하루 일과는 구직 사이트를 보는 일이다. 재학시절 통·번역 아르바이트로 쏠쏠한 수입을 올렸던 김씨는 지난해부터 안정적인 직장이 필요하다고 마음먹었다. 졸업과 동시에 어엿한 직장인을 꿈꿨지만 코로나로 1년 넘게 회사를 찾지 못했다.

대전 서구에서 초등학교 방과 후 교사로 활동하는 정모(40)씨는 지난 1년을 통으로 날렸다. 코로나로 일거리가 없어진 탓에 생계가 막막해졌다. 정씨는 "정부 지원금으로 위기를 넘겼지만 올해도 상황을 낙관하긴 이르다"고 토로했다.

취업준비생과 프리랜서들에게 코로나는 쓰디 쓴 고통을 안겼다. 지난해는 유례 없는 청년 고용지표가 나왔다. 학교 졸업 후 취업을 하지 못한 청년층 수가 통계 작성 이래 최대에 달하는 등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IMF 외환 위기였던 1999년 6월(11.4%)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이어진 채용한파는 해가 바뀌어도 `바늘구멍`일 수밖에 없다.

`내수 판매·수출 부진으로 기존 직원들의 처우 개선조차 힘든 상황`이라며 채용규모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지역 경제계의 전언처럼 청년 구직난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코로나 發 언택트 `전성시대`=코로나19 장기화는 우리 삶 속 `비대면 소비`를 가져왔다. 거리두기의 일상화로 우리 삶은 온라인으로 조직되고 소비 경향 역시 언택트가 대세로 자리잡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월 12조 3047억 원에서 10월 14조 2445억 원까지 늘었다. 온라인쇼핑 월간 거래액은 8월 14조 771억 원으로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14조 원을 돌파했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들은 당일배송, 새벽배송 등 방대한 유통망을 활용해 코로나 상황 속 눈에 띄는 매출 신장세를 보였다. 국민 삶 깊숙이 내려앉은 온라인 소비생활은 `택배 사회` 가속화를 가져왔다.

관련 조사에 따르면 2000년 1억 1000만 개쯤이던 택배 물량은 2019년 27억 9000만 개로 늘었다. 코로나19가 덮친 2020년은 30억 개를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거리두기 강화로 호황을 누리는 곳 중에는 도시락 배달 업체가 대표적이다. 재택근무가 어려운 직장인들의 점심 문제를 해결해주는 도시락 업체는 코로나19 속 반짝 매출 신장세를 보였다.

정부대전청사 근처의 한 도시락 업체는 코로나 특수로 1년 전보다 매출이 20% 이상 올랐다. 식당에서 다닥다닥 붙어 밥을 먹는 게 불안한 공무원들이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적 현상은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수혜를 입은 온라인·배달 산업의 성장세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일상 소비 형태로 자리 잡은 언택트 소비 경향은 사회 다방면에서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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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경제 중심축인 대전산업단지 입주업체들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에 허덕였다. 위축된 내수 소비와 각종 악재가 겹친 수출입 환경 악화는 기업들의 경영활동에 영향을 끼쳤다. 사진은 대전산업단지 전경. 사진=대전산단관리공단 제공
지역 경제 중심축인 대전산업단지 입주업체들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에 허덕였다. 위축된 내수 소비와 각종 악재가 겹친 수출입 환경 악화는 기업들의 경영활동에 영향을 끼쳤다. 사진은 대전산업단지 전경. 사진=대전산단관리공단 제공
코로나19 확산으로 대전지역 대학가 상권도 침체기를 겪었다. 각 학교의 지난해 개강이 늦어지면서 개강 특수가 사라졌다. 사진은 지난해 3월 충남대학교 인근 상가 밀집지역. 사진=박우경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대전지역 대학가 상권도 침체기를 겪었다. 각 학교의 지난해 개강이 늦어지면서 개강 특수가 사라졌다. 사진은 지난해 3월 충남대학교 인근 상가 밀집지역. 사진=박우경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대전지역 대학가 상권도 침체기를 겪었다. 각 학교의 지난해 개강이 늦어지면서 개강 특수가 사라졌다. 사진은 한남대학교 인근 상가 밀집지역. 사진=박우경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대전지역 대학가 상권도 침체기를 겪었다. 각 학교의 지난해 개강이 늦어지면서 개강 특수가 사라졌다. 사진은 한남대학교 인근 상가 밀집지역. 사진=박우경 기자

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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