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민의힘 국회의원
정진석 국민의힘 국회의원
오래전 윤석열 검사를 만났다.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였다. 윤 검사는 내게 "정 의원님, 저도 공주 사람입니다"라며 조용히 자신을 소개했다. 연세대 교수를 지낸 부친이 공주에서 고등학교(공주농고 14회 졸업)를 다녔다.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와 같은 `백의정승` 윤증 선생의 후예라고 했다.

따로 만나 술잔 기울이며 연을 쌓진 못했지만 어디서든 마주치면 동갑내기 고향 친구로서 다정한 눈길을 나누었다. 지난해 4월 총선이 끝나고, 여당이 국회 법사위원장을 가져가겠다며 원 구성 협상을 난장으로 만들었다. 1987년 체제 이후 줄곧 지켜온, 더군다나 김대중 평민당 총재의 제안으로 시작된, 의회주의의 관행을 짓밟아버렸다.

나는 우리 당 몫의 국회 부의장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법사위는 야당이 유일하게 집권 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다. 여당이 법사위원장을 빼앗아 갔다. 부의장 자리, 다른 상임위원장 자리를 맡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법사위를 탈취한 것은, 문재인 정권이 끝난 이후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지금 제거하지 않으면 자신들이 나중에 당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고향 친구 윤석열을 지켜내겠다."

이 발언 이후 언론에서 `언제부터 윤석열 검찰총장과 그렇게 가까운 사이였느냐`는 물음이 쏟아졌다. 우리 둘 사이는 모두에 설명해 드린 그대로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지키겠다는 나의 약속은 공적인 분노에서 시작된 것이지, 사적인 인연에서 시작한 것은 아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연말연시 여론조사에서 대선후보 1위로 나타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 법무장관을 앞세워 윤석열을 조리돌림하고, 팔다리를 부러뜨리겠다고, 광란의 춤판을 1년 가까이 벌인 결과다.

올해 여름까지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윤석열은 원하든 원치 않든, 반문진영의 상징이 될 수밖에 없다.

윤석열은 이제 한국 정치의 상수(常數)이다.

대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지역에서 많이 듣는 질문이 있다.

- 정의원은 권력의지가 없나 봐요.

"권력의지가 없는 사람이 정치 현장에서 20년 이상 버틸 수 있었겠습니까"

- 아니 그런 권력의지 말고 화끈한 거 있지 않습니까?

"화끈한 거라면"

- 내일 망할 값이라도 대통령 권력을 손에 움켜쥐고, 큰 뜻 펼쳐보는 거 말입니다.

"… "

차마 내놓지 못한 나의 `속마음`은 이렇다.

"전직 대통령 두 명이 감옥에 있다. 현직 대통령은 임기를 마치고 감옥에 가지 않으려고, 지금 몸부림을 치고 있다. 80%의 국민적 지지에서 출발한 대통령이 임기 말이 되면 누구나 국민적 경멸의 대상이 된다. 이런데도 서로 대통령 되겠다고 줄을 서고 있다.

이륙한 비행기가 예외 없이 추락했다면, 이 비행기 기종에 기체결함이 있다고 생각해야 상식이다. 고장 난 비행기에 올라타고, 나는 추락 안 한다고 고집하는 바보들이 넘쳐난다. 대통령제 이제 그만해야 한다. 차라리 내각제로 가자"

문 대통령이 청와대의 마지막 날, 집무실에 앉아서 자신의 취임사를 한번 읽어 보았으면 한다.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라는 탄식이 절로 나올 것이다.

JP는 1997년 대선 때 김대중-김종필 DJP연합을 통해, 내각제 고지의 9부 능선까지 올랐다. 김대중 대통령의 무신(無信) 때문인지, 김종필 총리의 무력(無力) 때문인지, 대선 공약이었던 내각제 개헌은 2년여 만에 파기돼 버렸다.

올해 10월쯤 각 당의 대통령 선거 레이스가 본격화되고, 2022년 3월 9일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한다. 또다시 국민적 열광 속에…. 윤석열이 대선후보 선호도 1위라는 뉴스를 볼 때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물론 나만의 생각이다.

윤석열 총장, 내각제 개헌을 대선 공약으로 걸고, 내년 대통령 선거에 나가면 어떨까요?

정진석 국민의힘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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