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대체 카드로 지목되나
함께 못오면 설득력 약해지니
대전 주도로 정부안 포섭해야

나병배 논설위원
나병배 논설위원
최근 중기부 세종 이전 보상책으로 방위사업청, 기상청을 비롯한 청 단위 중앙행정기관의 대전 이전론이 회자된다. 방사청의 경우 지난 17일 중기부 이전 공청회에서도 얘기가 나왔다. 사업단 성격을 띄고 있어 대전 이전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있었다. 기상청 이전 발언도 그 때 함께 나온 모양이다. 기상청은 정세균 총리가 은연중 예시한 기관이기도 하다. 이에 편승해 여타 청단위 기관들을 대전청사에 모아야 한다는 희망 섞인 견해도 퍼지고 있다. `청`자 붙은 기관이면 다 망라하자는 소리다.

이런 기류 자체는 부정적이지 않다. 중기부를 잃게 되는 마당에 대전을 배려한 협상의 단초가 될 수 있다면 실효적으로 다퉈볼 일이다. 수용성, 등가성 부분은 협상 와중에 논의를 확장시키면 된다. 문제는 두 행정기관의 대전 이전 작업이 수월할는지 여부다. 정부 차원에서 중앙행정기관 청사 재배치 계획을 수립한 후 두 기관을 특정해 대전 이전을 추진할 수는 있다. 절차적 정당성에 의거해 결정되면 따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방사청과 기상청의 대전 이전 카드가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첫째는 방사청의 특수성이다. 방사청은 지난 2017년 1월 지금의 과천 정부청사에 입주를 완료했다. 당시 행자부 보도자료를 보면 2년 8개월 동안 과천 청사 입주를 준비해왔다고 기술하고 있다. 임의로 과천 청사로 들어간 것이 아니다. 방사청 의사가 반영된 측면도 있지만 과천청사 소재 정부부처들의 세종 이전에 따른 과천시민들의 대책 요구가 폭발적으로 분출한 게 주효했다. 인구 6만 정도의 도시가 정부를 상대로 줄 건 주는 대신 챙길 건 확실히 챙겼음을 알 수 있다.

그런 방사청을 대전청사로 재이전시키는 것은 까다로운 문제다. 우선 과천 시민들이 뒷짐만 쥐고 있을 리 만무다. 엄청난 반대 여론 파고를 넘어야 하는 난제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홍역과 기회비용을 감당하는 일도 여간 버겁지 않을 것이다. 방사청도 그렇고 기상청 대전 이전 문제 역시 난감하기는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기상청도 대전에 터를 잡게 하면 잡지 못할 것은 없다. 다만 기관 업무의 성격상 고가 장비 및 관련 시스템을 재구조화해야 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책·기획 위주의 기관을 이전시키는 것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다소 어폐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기상청이 떠나기로 한다면 서울 동작구민들 입장에서 강 건너 불 구경하듯 나오겠나. 너무 앞서갈 필요는 없겠으나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져 정부 여당 입장에서는 신경 써야 하는 일정이 변수가 될지 모른다.

결론적으로 방사청, 기상청을 대전청사에 입주시키는 것은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정부가 힘으로 눌러 강제하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서는 해당 기관 구성원들이 순순히 응할지 미지수다. 두 기관 사정도 그러한데 일각에서 경찰청, 대검찰청 등에 대해서도 대전청사 이전을 거론하는데 나가도 너무 나간 주장이다. 그런 논리라면 세종2청사에 있는 국세청, 소방청을 다시 대전청사에 재배치하는 게 맞는다. 도대체 그게 가능한 일이겠나. 고로 정부가 언제 보따리를 풀든 중기부 보상 대책에 획기적인 내용물이 담길 것이라는 기대감은 절제하는 게 속 편하다.

정부의 선의에도 불구, 청단위 기관중 대전청사로 소집할 대상 기관은 제한적이다. 그마저도 시간과의 싸움에서 대전은 불리한 지위에 있다. 내년 상반기중에는 이행 가능한 동시에 대전 여론이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이 도출돼야 한다. 아니면 협상 상대가 바뀔 수 있어 쟁송의 동력 약화가 우려된다. 때가 때인 만큼 영민하고 지혜롭게 대응해야 한다. 가령 10여 개 이상의 공공기관 선도 이전을 관철하는 등 정부를 포섭할 수준으로 판을 키워봄 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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