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 충남건축사회장
김양희 충남건축사회장
2020년이 지나고 있다. 한해의 마지막 12월이 되면 연말의 분주함과 함께 거리의 들썩임과 새해의 새로움에 바뻐졌던 마음이 올해는 책상 위 놓여있는 연하장에서 그 조각을 어렴풋이 떠올리는 건 올 한해가 힘겹고 기나긴 인내의 시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전 방탄소년단이 부른 한글 가사 곡이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라 세계를 놀라게 했다. 빌보드 62년 동안 처음이라니 대단한 일이다. `라이프 이즈 고`라는 곡은 코로나19로 인한 아픔을 딛고 나아가자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세계적인 것이 되기 위해선 서로 공감할 수 있고, 우리의 것이 밑바탕이 되어야 창의적이며 지속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올 한해가 빨리지나가 새로운 기운이 널리 퍼지는 2021년을 맞이하길 바라는 마음은 전 세계인의 공통된 마음이리라.

송구영신은 원래 송고영신(送故迎新)에서 유래된 말로 구관을 보내고 신관을 맞이하는 것이다. 구관은 이전의 관리를, 신관은 새로 부임해 오는 관리를 말한다. 신임관리를 맞이하는 것처럼 옛 것을 보내고 새 것을 맞이할 때 쓰는 것이다. 매년 전국 교수들에게 설문해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하는데 올해는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라는 뜻을 가진 아시타비(我是他非)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다를 한문으로 옮긴 신규 성어다. 2019년은 `공명지조`였다. 좌우대립에 대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공명조에 빗댄 것으로 공명조는 두개의 머리를 가진 상상의 새다. 한쪽이 죽으면 다른 한 쪽도 죽는 서로 공멸하는 것을 염려하는 것이었고, 2018년은 `임중도원` 짐은 무겁고 가야할 길은 멀다는 뜻이다. 사회전반의 어려움을 이야기했었다. 한해의 사자성어는 그 해의 정치상황과 사회상을 함축하는 내용으로 새해를 걱정하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지난 몇 해 동안 긍정적인 부분이 없다는 것은 나 같은 사람에게는 한해 한해가 첩첩산중이 아닐까 싶다.

최근 대전세종연구원에서 지역의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창의적 아이디어 발굴을 위해 `2020 청년 리빙랩 해커톤`이 개최됐다. 대부분의 과학기술 연구개발은 공급자 중심으로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고령화, 안전, 환경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존재한다. 리빙랩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클라우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모바일 등을 생활영역에 접목해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의 문제점을 들여다보고 주민과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선문대 LINC+사업단과 대전대 LINC+사업단, 아산시가 공동으로 개최한 대전과 아산의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리빙랩 해커톤 프로젝트는 대학생들의 참여로 청년세대가 지역 정체성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됐다. 적용될 수 있는 우수한 아이디어는 아산 도시재생 사업구역내 시범사업에 연계를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원도심 복원과 창조의 도시재생이라는 열쇠인 활성화에 어떤 식으로 접목될 지 기대하며, 리빙랩 해커톤의 가장 중요한 점은 문제점의 해결방법이 사용자와 함께 논의해서 대안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는 최종 수요자 중심의 해결 방안이다. 예를 들면 코로나로 인한 발열 및 마스크 인식을 접촉식 체크에서 태블릿을 이용한 사용자의 편리함을 생각한 아이디어처럼 일상생활을 조금 더 편리하고 풍요롭게 하는 것이다. 건축설계의 진행도 이와 같다. 건축설계의 프로세스에서 정보는 중요하다. 건축주의 요구사항, 대지의 조건, 지형, 토질, 기후, 주변 환경, 법적 조건, 사용자의 요구, 예산 및 제한요소 등 건축주에 대한 정보를 기점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그 중심은 서로의 이해와 소통이라 할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전문성과 경험, 지식, 기술이 우선순위가 아닌 수요자, 사용자가 중심인 소통협력이 활성화되는 사회로 모두가 노력한다면 새해엔 긍정적 에너지의 사자성어가 넘치지 않을까. 어둡고 긴 터널에서 길이 보이길 기대한다. 김양희 충남건축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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