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철 한남대 경영정보학과 교수·(사)희망의 책 대전본부 이사장
강신철 한남대 경영정보학과 교수·(사)희망의 책 대전본부 이사장
진리는 선하고 아름다운 것이라는 믿음은 유사 이래 인류의 전통처럼 이어져 왔다. 말로 전해지던 진리는 인쇄기가 발명된 후에 책 안에 들어가 글이 되었다. 이전에도 파피루스나 양피지와 같이 문자를 기록하는 원시 형태의 책이 있긴 했다. 그러나 중세 이전의 책은 대중과 시민에게 읽히기 위한 것이 아니고, 극소수 특수 계층의 지식 독점을 위한 도구였다. 종이와 금속활자 인쇄기가 만나면서부터 책은 대중이 진리를 접하는 매체가 되었고, 책을 읽는 행위, 즉 독서는 선하고 아름다운 진리를 추구하는 행위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인간은 학문을 만들고, 신을 만들고, 끊임없이 뭔가 완전한 가상의 존재를 만들어 놓고 숭배하는 습성이 있다. 그런 습성이 이데아, 진리 등 다양한 것을 만들었다. 무언가 완벽한 존재를 만들어 놓고 종교처럼 숭배하는 걸 좋아한다. 그런 가상의 존재들을 만들어 놓고 일단 선으로 규정해 놓으면, 그것이 무엇이든 거의 무비판적으로 탐닉하는 습성이 있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독서는 누구에게나 좋은 것, 즉 선으로 인식되고 있다. 독서를 미화하는 경구나 일화는 많지만, 독서가 나쁘다는 이야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독서에 대한 이런 인식이 자칫 위험할 수 있다.

모든 종교는 선을 추구한다고 선언하기 때문에 종교적 행위는 비판을 허용하지 않고 변화를 거부한다. 독서가 종교화되면 비판 정신이 사라지고 특정한 주장에 매몰되거나 특정한 사람을 신격화하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 더 위험한 것은 책에 문자화된 것만 진리로 착각하는 경향이 생기는 것이다.

나는 이십 년 가까이 독서 운동을 벌이면서 독서를 종교처럼 맹신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런 사람들의 공통점은 혼자 책을 읽는다는 것이다. 물론 혼자 책을 읽는다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어볼 기회 없이 독서에 장기간 탐닉하면 독서가 종교처럼 변질될 위험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독서토론은 독서의 종교화를 방지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서로 기탄없이 반대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장치, 비난이 아니라 비판과 비평이 자유로운 분위기가 형성된 모임을 통해 독서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말이다. 강신철 한남대학교 경영정보학과 교수·(사)희망의 책 대전본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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