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학문을 만들고, 신을 만들고, 끊임없이 뭔가 완전한 가상의 존재를 만들어 놓고 숭배하는 습성이 있다. 그런 습성이 이데아, 진리 등 다양한 것을 만들었다. 무언가 완벽한 존재를 만들어 놓고 종교처럼 숭배하는 걸 좋아한다. 그런 가상의 존재들을 만들어 놓고 일단 선으로 규정해 놓으면, 그것이 무엇이든 거의 무비판적으로 탐닉하는 습성이 있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독서는 누구에게나 좋은 것, 즉 선으로 인식되고 있다. 독서를 미화하는 경구나 일화는 많지만, 독서가 나쁘다는 이야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독서에 대한 이런 인식이 자칫 위험할 수 있다.
모든 종교는 선을 추구한다고 선언하기 때문에 종교적 행위는 비판을 허용하지 않고 변화를 거부한다. 독서가 종교화되면 비판 정신이 사라지고 특정한 주장에 매몰되거나 특정한 사람을 신격화하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 더 위험한 것은 책에 문자화된 것만 진리로 착각하는 경향이 생기는 것이다.
나는 이십 년 가까이 독서 운동을 벌이면서 독서를 종교처럼 맹신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런 사람들의 공통점은 혼자 책을 읽는다는 것이다. 물론 혼자 책을 읽는다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어볼 기회 없이 독서에 장기간 탐닉하면 독서가 종교처럼 변질될 위험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독서토론은 독서의 종교화를 방지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서로 기탄없이 반대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장치, 비난이 아니라 비판과 비평이 자유로운 분위기가 형성된 모임을 통해 독서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말이다. 강신철 한남대학교 경영정보학과 교수·(사)희망의 책 대전본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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