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급 학술지로 일컬어지는 네이처, 사이언스, 셀(NSC)지는 전 세계 800만 연구자들에게 꿈의 무대다. 수많은 분야를 통틀어 독창성과 우수성을 인정받은 최고의 논문이 게재된다. NSC저널에 등재된 논문은 개인 연구자의 자부심을 넘어 국가의 과학기술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연구 성과로 여겨진다. 올해 IBS가 NSC에 실은 논문은 지난 15일 기준으로 총 14개다.
신생 기관 IBS가 국제무대에서 빠르게 활약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IBS의 목적은 연구자들이 호흡이 짧은 개별 과제에 지원하고 평가받을 필요 없이 중장기적인 프로젝트에 몰두할 수 있게 하는 데 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중장기 지원으로 인해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틀을 깬 연구, 한 우물 연구를 할 수 있고 신진 연구자가 세계적인 과학자로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 된다고 말한다.
국가적·전세계적으로 중요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지도를 밝힌 연구도 그 중 하나다. RNA 연구단 장혜식 연구위원(서울대 생명공학부 조교수)는 지난 4월 세계 최초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고해상도 유전자 지도를 전부 밝힘으로써 바이러스 유전자의 정확한 위치를 알렸다. 장 연구위원은 RNA 연구단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박사후연구원을 거쳐 서울대 교수로 임용된 `IBS키즈`다. 장 연구위원은 "일반적인 연구과제는 과제 내용이 매우 구체적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어, 연구주제를 다듬는 데 한계가 뚜렷하다. IBS 연구단은 외부나 학계 동향에 더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으며, 큰 주제에 맞고 꼭 필요한 기반 기술이라면 실패 위험이 있더라도 장기적 준비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장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도 실패율이 높고 개발 기간이 긴 기술들을 미리 준비해 두고 있었기에 2-3주가량의 아주 짧은 연구 기간 안에 높은 품질의 연구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장기적인 지원은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세상에 내놓는 것도 도왔다. 첨단연성물질 연구단의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그룹리더는 올해 네이처 지에만 2개의 논문을 냈다. 그쥐보프스키 그룹리더는 유기화합물의 합성 경로를 도출하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케마티카`를 개발한 과학자다. 2014년 IBS로 옮긴 뒤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을 이용한 화학 합성 연구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왔다. 올해 발표한 연구에서 회전하는 원통에서 결정을 훨씬 빨리 성장시키고, 또 이전에 불가능했던 합성을 가능케 했다.
IBS가 상위 25%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는 비율은 전체 IBS 논문의 74%로,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69%),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68%)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올해 국가와 기관의 성과를 분석하는 `네이처 인덱스`에서는 전 세계 정부 연구소 중 17위, 국내 기관 중 3위에 올랐다.장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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