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과학자들 공개 비판 이어져
학교 측 "이전 계획에 변화 없어"

[그래픽=대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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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원로 과학자들이 연달아 충청권 유일 AI 초고급 교육·연구기관인 KAIST AI대학원의 서울 이전을 공개 비판하고 나서며, 논란 확산 양상이다. AI학계 대부로 평가받는 김진형 KAIST 명예교수에 이어 KAIST 전산학과 교수 출신이자 현재 중앙대 소프트웨어 대학에서 활동 중인 AI 원로 과학자 김명호 박사가 서울 이전에 명분과 실리가 없다고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김명호 박사는 최근 SNS에 편지 형태로 신성철 KAIST 총장 등에게 AI대학원 서울 이전을 지적하고 대책을 제시했다. 김 박사는 우선 KAIST에 자체에 미치는 영향을 언급했다. 그는 "대전 본원의 많은 학과는 AI 교육·AI 전공 연구진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서울 이전에 따라 제약이 있을 수 있음을 전망했다. 또 그는 "서울 진출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주어, 대전 본원의 교육·연구 분위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AI의 모 학문인 전산학부에 미치는 영향도 문제로 들었다. 그는 "여러 학과들에서 AI 관련 교육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많은 부분을 전산학부가 담당하고 있다"며 "KAIST 내 AI 교육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기 위해선 AI대학원 교수님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서울 선호 현상을 들어 "앞으로 신임 교원 모시기도 어려워질 게 예상된다"며 "서울 선호도가 높은 학생들이 적지 않으므로 우수 학생들이 서울에 있는 AI대학원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그는 서울 이전이 불가피하다면, 대전 본원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계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로 이전한 경영대학과 마찬가지로 국비 석박사 학생을 배정하지 않을 것, KAIST 본원 예산을 사용하지 않을 것, 서울 소재 AI대학원 목적을 산업체 인력 양성으로 하고 석사과정 중심으로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지난 20일 KAIST AI대학원의 서울 이전을 SNS를 통해 공개 비판했던 김진형 명예교수는 최근 이런 내용의 김명호 박사 편지 내용을 인용하며 또 한 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논란의 본질은 어떤 기술이 뜨면 그 기술을 교육하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라고 하는 것이 실적이라고 생각하고 세금으로 유혹하는 관료들과 그 유혹에 넘어가는 철없는 대학 보직자들의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재정적으로 열악한 사립대학의 대응은 그나마 이해가 되지만 과기부 예산으로 운영하는 KAIST, GIST, UNIST 등도 덩달아 나서는 것은 꼴불견"이라고 힐난했다.

이와 관련 KAIST 측에선 계획대로 서울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KAIST 한 관계자는 "대전 본원은 현재 연구소 수준인 AI연구소를 연구원으로 확대해 AI교육·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AI는 가상 협력이 중요한바, 캠퍼스 위치는 결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KAIST는 지난 8일 서울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대전 본교에 있는 AI대학원을 오는 2023년까지 서울 양재 R&D혁신지구로 이전하기로 했다. 협약은 서울 등 수도권의 AI 인프라·인력과의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KAIST 측은 서울에서 대학원에 이어 AI대학까지 확대·운영할 계획이다.장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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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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