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2부 문승현 기자
취재2부 문승현 기자
마지막 편지를 쓴다. `그대 잘 가라.`(정호승) 서툴고 아직 설익은 이별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대로 말미암아 `다시 고통하는 법을 익히기 시작해야겠다`(곽재구)고 다짐할 때가 온듯하다. 날 좋은 날이었다. 우리도 다른 지역처럼 덩치 큰 공공기관을 유치해 혁신이 물결 넘치는 도시가 될 수 있다고 믿게 된 10월의 그 순간 작별을 고했다. 같은 하늘 아래 살아 숨 쉬는 시민이자 동료였던 그대가. 2017년 7월 `청`에서 `부`로 도약할 때 내 일처럼 기뻐했던 우리에게 이렇다 할 말 한마디 없이. 22년 동고동락한 세월이 덧없고 허망하다. 신생 부의 위엄을 지역 깔보기로 세우려는 인정투쟁은 우습고, 세월의 흐름과 권력 판도에 따른 위상변화를 대비하려는 다급함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괘씸한 마음도 감추지 않겠다. 선은 이러하고 후는 저러하다 요목조목 살뜰히 헤아려 세종행이 불가피하다 설명했다면 이별이 이리도 구차하고 고약하지는 않았으리라. 서로를 대표해 권한을 위임받은 이들도 있으니 상호 기별해 모양새 좋게 만나 예의를 갖추고 명분과 실리를 챙기며 상생할 길이 없었을까. 멀쩡히 가만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뺨을 얻어맞은 것도 분통 터지는데 가겠다는 사람 바짓가랑이 붙잡고 늘어지는 몰염치 소인배로 몰리기까지. 이 무슨 무엄한 처사인가. 정호승의 시 `부치지 않은 편지`를 노래한 가객 김광석이 `꽃 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하고 낮은 목소리로 읊조리던 그 비장한 정서가 안타까운 체념인 것을 이제 알겠다.

대의기관을 자임하는 정치.행정가들도 딱하긴 마찬가지다. 국가균형발전은 구호일 뿐 중앙집권적 사고방식으로 지역을 깔아뭉개는 권력의 속전속결 일방통행에 속절없이 무장해제했다. 한겨울 천막당사는 전략.전술 부재를 고백한 것 같아 애처롭다. 소기의 목표를 이루지 못한 채 천막을 걷어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참혹함을 견디기 힘들 것이다. `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뿐이냐. 우리들의 한 시대도 거기 묻혀 흘러간다`(정태춘)고 위로를 보낸다. 지리멸렬한 논란을 수습하고 정말 작별할 시간이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황동규) 아디오스 중소벤처기업부. 취재2부 문승현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