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크투루스로의 여행(데이비드 린지 지음·강주헌 옮김)=주인공 매스컬이 낯선 별 토맨스에서 지구의 상식을 완전히 뒤엎는 기괴한 모험을 한다. 100년 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현실과 전혀 다른 기준의 외모와 윤리관을 표현하고 무성, 제 3의 성을 묘사해 성별 이분법에 관한 관념을 무너뜨리는 등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같은 요소들로 인해 1920년 출간 당시 저평가를 받아 수십 년간 잊혀 있었지만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등 유명 SF장르 작가들에게 영향을 준 것이 밝혀져 재조명됐다. 영국 가디언지는 이 책을 "형이상학과 초현실적인 꿈의 모험이 결합된 소설로 위대한 고전의 반열에 올라야 할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SF장르가 주는 매력 그 이면에 노르웨이와 북유럽 신화, 플라톤의 `이데아의 세계` 와 같은 종교적·철학적 세계관까지 엿볼 수 있다. 문학수첩·472쪽·1만 4800원

△아무 눈물이나 틀어줘(김태완 지음)=저자는 개인이 일상과 가족, 사회 속에서 느끼는 아픔을 관조적인 문장으로 비춘다. 독자들은 그 작품들을 보며 슬픔에 대처하는 성숙한 삶의 태도를 배울 수 있다. 혐오와 분노 등 부정적인 감정이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 수사나 기교에 의존하지 않은 정공법적인 문장은 우리들에게 더 큰 울림을 불러 일으킨다. `문장이 서늘한데 차갑지는 않다`라고 정의한 전영관 시인의 말처럼 어느 시보다 담백하고 친근하다. 1부에서 4부까지 담담하게 휘몰아치는 시와 교감하다보면 평범한 일상 속 잠들어있던 상상력이 자극되고 깊은 감정이 깨어날 것이다. 북인·136쪽·9000원

△당나귀와 함께한 세벤 여행(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이재형 옮김)=`보물섬`과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의 저자로 알려진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20대 시절 종교분쟁의 한 중심지였던 프랑스 남부의 세벤 지역을 암탕나귀와 함께 둘러본 여행기다. 저자는 초반부에서 나귀와의 탐색과 기싸움 장면으로 시선을 끌고 중간에 종교에 관한 심오한 대화로 분위기를 환기한다. 또한 전반적으로 다양한 인간상을 보여주며 독자에게 간접 경험의 만족감을 준다. 여행의 에피소드들과 역사 탐구가 적절히 조화를 이뤄 140년 동안 많은 사랑을 받고있다. 현재 세벤 지역은 저자가 이곳을 개척한 후 그 여정 그대로 유명한 관광 명소로 변모했다. 황량하고 거친 산악지대가 매년 약 6000명이 걷는 도보 여행의 명소가 된 것을 보면 이 책이 성찰하고 있는 인간사의 가치에 대해 곱씹게 된다. 뮤진트리·264쪽·1만 5000원

△베이비 팜(조앤 라모스 지음·김희용 옮김)=아시아 저개발 국가와 구 동구권 국가들의 대리모 시설은 열악하고 위험하다고 알려졌다. 그와 다르게 이 소설 속 골든 오크스 공장은 대리모들을 위한 최고급 비밀 리조트 시설이다. 현실과 다른 이상적인 환경 속에서 네 여성 주인공의 각기 다른 욕망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은 독자에게 끊임없는 윤리적 딜레마를 준다. 할리우드와 서양 국가들에서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는다는 건 이제 더 이상 뉴스거리도 아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대리모 출산에 관한 윤리적 논쟁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이 소설은 여성의 신체와 아이가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한다. 또한 트럼프 시대 이후 이민자의 현주소를 생생하게 보여주며, 가장 뜨거운 이슈인 인종, 불평등, 여성 문제 등을 담았고 이는 최근의 문학적 흐름에 완벽하게 부합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창비·612쪽·1만 6800원 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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