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선 고속화 사업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기재부 예타 통과를 전제로 기본계획 수립에 필요한 예산을 일부 확보해뒀을 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도 사업 추진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입장을 밝혔다. 지역 주요현안으로 호남선 직선화 조속 추진을 촉구해온 대전시는 최종 예타 결과가 도출되기 전에 예산이 먼저 선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하며 철도안전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게 아니겠느냐는 희망 섞인 해석을 내놓았다.
호남선 고속화 사업은 호남선 가수원역(대전 서구)에서 충남 논산역까지 45㎞ 구간 중 굴곡이 심하고 선형이 불량한 노선을 반듯하게 펴 직선에 가깝도록 개량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구간 교량과 터널은 일제강점기 건설된 것을 포함해 모두 50년 이상 지나 노후화했고 선로가 크게 휘어진 형태의 급곡선부는 31곳, 11.85㎞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호남선 고속화 사업으로 구불구불한 선로를 직선화하면 가수원-논산간 거리는 45㎞에서 34.4㎞로 10.6㎞ 가까워지고, KTX 고속열차 기준 운행시간은 33분에서 23분으로 10분 줄어든다. KTX 열차의 최고속도 역시 시속 104㎞에서 146㎞로 무려 42㎞ 향상된다. 이에 힘입은 이용수요는 2만 5135명에서 2만 8361명으로 12.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로 직선화가 열차·승객 안전 및 운행 효율과 직결되는 구조다.
관건은 7779억 원으로 추산되는 사업비다. 국토부 직접사업으로 전액 국비를 쏟아부어야 하다 보니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9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예타에 착수해 1년 만인 올 9월 완료 예정이던 일정이 빨라야 내년 1분기 또는 상반기 마무리로 연기된 것도 이 때문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지난 연말 예산국회를 거치며 호남선 직선화 사업의 국비가 일정액 국토부 예산에 포함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다. 천문학적인 나랏돈이 수혈돼야 하는 대형사업이라는 부담에도 선로 직선화를 통한 철도안전 확보를 더는 미뤄선 안 된다는 정부 차원의 공감대가 이뤄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또 2015년 4월 충북 오송-전북 익산-광주 송정을 직선으로 지나는 호남고속철도 개통과 함께 안전·효율상 이유로 경유 기피 역사(驛舍)로 전락한 서대전역 활성화도 노려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과거 호남선 열차가 직선화 사업구간인 논산-연산-계룡을 거쳐 대전 가수원-서대전역을 지나다 신설된 고속철도 노선으로 빠지면서 60여 차례 운행하던 서대전역 경유 KTX 열차는 18차례로 70%가량 급감하기도 했다. 현재 22차례로 소폭 회복됐다. 대전시 관계자는 "정부 예타 결과를 예단할 수 없지만 호남선 고속화 관련 예산이 반영됐다는 자체가 고무적"이라며 "앞으로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력하고 지역 정치권과 공조해 예타 통과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한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호남선 고속화를 위해 확보한 국비의 규모를 확인해 줄 수는 없다"면서 "예타 결과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관계부처와 사업 기본계획 수립 예산을 다시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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