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단일후보를 기치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체급 고민`에 빠진 여권 일각에선 `박영선 조기등판론`이 힘을 얻고 있다.

야권의 경우 후보군 체급이 높아지고 단일화 등의 과정에서 흥행 가능성이 한층 커진 만큼 여권도 `거물급 후보`로 평가되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조기에 투입시켜 `맞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논리다.

여권 시장들의 성추문으로 성사된 `빅매치`이니 만큼 여성 후보 차출론도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더불어민주당 후보군으로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우상호 의원을 비롯해 박 장관과 박주민 의원의 3파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장관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최종 출마 여부를 두고서는 고민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박 장관은 그간 서울시장 출마 질문에 장관으로 역을 다하겠다며 말을 아껴왔지만, 야권에서 안 대표가 나선 만큼 조만간 마음을 굳힐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당초 박 장관의 출마 여부 변수는 내년 초로 예상되는 개각 명단에 문재인 대통령이 그를 포함시킬지에 달렸다는 게 중론이었다. 그러나 안 대표의 출마로 올해 연말이나 내년 연초로 예고된 2차 개각에서 교체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당 관계자는 "중량감 있는 인사들로 후보군을 넓혀야 한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면서 "특히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배경 때문에 여성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며 박 장관의 조기등판론에 힘을 실었다.

다만 당대표를 여러 번 지내고 대권에도 도전한 안 대표에 비해 체급에서 밀리는 인상을 준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그간 시스템 공천을 강조해 온 민주당의 고심이 커질 조짐을 보이는 이유다.

이 때문인지 최근에는 사퇴 의사를 밝힌 추미애 장관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대권주자로도 분류되는 인사다.

추 장관은 이번 검찰개혁 추진 과정에서 `친문 강경 지지층`의 마음을 얻은 게 큰 정치적 자산이 됐다. 최근 추 장관의 재신임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30만 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할 정도로 지지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당내에선 이들을 후보군으로 유지하며 정책 비전 경쟁 등으로 흥행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의원은 "현재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참여해 제대로 된 경선을 치르면 야권에서 누가 나오더라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최근 서울시장 후보상을 조사한 결과 경륜과 포용력이 있는 사람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장관은 지난 1일 차기 서울시장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 `푸근함`을 언급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졌었다.

서울=백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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