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주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라온 대표)
윤석주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라온 대표)
우리의 건축은 지금 혼돈의 시대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수많은 부동산 정책을 펴고 있지만 부동산 광풍은 사그라지지 않고 오히려 풍선효과를 보이며 수도권을 벗어나 지방에까지 부동산 열기가 대단하다. 젊은 층에서는 주식투자를 위해서 그리고 장년·노년층은 부동산투자에 `영끌`까지 하는 상황이 되었으니 불안한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은 동일하고 이에 대처하는 방식만 다를 뿐이다.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 상황에서도 재건축, 재개발, 신규에 따른 공동주택 분양 관련 행사는 성황리에 끝난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도 눈앞에 보이는 프리미엄을 꺾을 수 없다 하니 씁쓸할 뿐이다. 우리가 원하고 바라던 건축 및 도시공간에서 살고 있는지 한 번쯤은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역세권(교통편의), 슬세권(근거리), 마세권(생활필수품), 학세권(학생 교육), 숲세권(자연공간), 맥세권(패스트푸드), 스세권(커피 한 잔의 여유)에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까지 다양한 신조어가 생기고 있다. 주변 도심 속 건축공간은 용이한 접근성을 내세우며 분양가를 필두로 매매가, 보증금, 임대료 등이 끊임없이 상승하고 있다. 감소되는 인구에 비해 도시로의 인구유입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로 보면 풀 수 없는 숙제를 안고 학교 가는 기분이다.

거리에는 현수막과 전단지등 분양홍보물이 즐비하다. 부동산 시장이 잘 돌아야 경제가 탄탄해진다는 상용어 또한 이를 역설적으로 증빙하는 지표다. 방송가에서는 제2의 트로트 전성기를 이끌고 있다. 한 방송사에서 시작된 트로트 열풍이 전국을 강타하면서 다양한 스타일의 트로트 경연이 한창이다. 방식만 다를 뿐 동일한 장르를 여러 형태로 연출·방송해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기도 하지만 피로감을 주기도 한다. 캠핑카(또는 차박) 또한 다르지 않다. 제한적이고 답답한 실내를 벗어나 야외로 나서 캠퍼들의 장비와 사용방법에 대해 논하고 캠핑의 장단점과 주의사항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건축물 매매 프로그램 역시 방송사별로 다양하다. 구매자 시선으로 구석구석 둘러보며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을 찾아주기도 하고 아쉬운 부분은 어떻게 변화를 줄 수 있는지 가늠해보기도 한다. 트로트와 캠핑문화는 차치하더라도 건축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건축물은 부동산이다. 토지 위에 정착되어 움직이지 않는 재산이라는 뜻이다. 현대에서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동산이 된지 오래다. 지어져 있는 건축물을 단순히 매매하기 좋은 매물로만 볼 것인가 아니면 금전적 가치를 올려줄 또 하나의 자산으로 볼 것인가로 양분해 볼 수 있다. 부지 매입부터 설계, 시공 과정에 대한 언급도 없고 인테리어로 마감된 구조능력과 단열성능에 대한 언급도 없다. 그 구조에 대한 기본 사항이라도 제공한다면 이는 추후 건축물의 안전사고 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건의 자산 가치와 우리 마음의 안전불감증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얼마 전에 친구가 `상가+주택`을 구입한다기에 이렇게 조언했다."주변에 있는 전문가를 활용하라"고. 건축·전기·배관 등 관련 분야 전문가와 동행해서 장단점과 보완책을 찾은 후 유지관리 비용까지 생각해야 하니 혼자서는 벅찰 것이기에. 어느덧 1년의 시간이 지나갔다. 코로나19로 시작해 코로나19로 끝나니 소위 `기승전 코로나19` 인듯하다. 24절기 중 밤이 가장 길다는 22번째 절기인 동지가 지나가고 이제는 유턴해 해가 조금씩 길어지는 하지를 향해 가고 있다. 우리 일상에 거리두기라는 수식어가 함께하고 있으나 백신과 치료제 개발은 우리에게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청년들에게 20년대를 살아가는 20대 `스물스물`이라는 의미의 신조어가 생겼다 한다. 모두가 어려웠던 올 한 해는 기억의 저편에 저장해놓고 지금보다 더 힘들 때 가끔 생각하자. 그 때는 크게 한번 웃어보자. 윤석주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라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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