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구설에 21일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부정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다만 낙마에는 선을 그으면서 정면돌파 의지를 시사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도 변 후보자를 `데스노트` 명단에 올릴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변 후보자는 "못사는 사람이 미쳤다고 밥 사먹나", 스크린도어 정비 중 숨진 `구의역 김군` 사고에 "걔가 조금만 신경 썼으면"이라는 발언 등이 과거 회의록 기록을 통해 최근 공개됐다.

정부가 공공주택 확대 등 서민을 위한 부동산 정책을 펼치는 상황에서 정책을 주관할 국토부 장관의 인식이 우려스럽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우선 한껏 고개를 숙였다.

박성민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변 후보자가 진정 국민을 위해 공직자로서 일하고자 한다면 유가족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진심어린 사과를 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여당 지도부 회의 석상에서 장관 후보자에 대한 공개 비판이 나온 건 변 후보자 논란이 최근 민주당에 부정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20대 청년층과 노동계를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시민단체 청년전태일, 서울교통공사노조 등 노동단체들은 전날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변 후보자 지명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은 변 후보자의 발언이 낙마 사유는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변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대통령의 인사 논란이 커질 수 있고, 집권 후기 레임덕도 가속화할 수 있는 탓이다.

박 최고위원은 변 후보자의 발언을 비판하면서도 "지명 철회까지 이뤄질 일은 아니다. 지나갈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해 개인 소신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범계(대전 서구을) 의원도 "국민 여러분의 많은 비판 있어서 후보자 본인도 사과 말씀을 드렸다"며 "어떤 계제에서, 어떤 맥락에서 발언이 나왔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신중론을 폈다.

변 후보자의 의지와 철학에 초점을 맞추며 추켜세우는 모습도 보였다.

이원욱 의원은 "전체 맥락을 봐주셨으면 좋겠다. 하나 딱 잘못들으면 그게 다인 것처럼 논란을 빚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 후보자가 보여온 주거 문제와 도시 재생에 대한 의지와 철학을 보면 굉장히 훌륭한 후보자"라고 평가했다.

정의당도 변 후보자를 부적격으로 판단할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변 후보자의 주거정책 기조에는 동의하지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사력을 쏟는 정의당으로서는 노동·안전과 관련한 변 후보자의 잇단 설화를 단순 `말실수`로 치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내부적으로는 22일 의원총회가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이 자리에서 변 후보자의 자격 여부를 논의한 뒤 입장을 정할 방침이다. 지금으로선 `데스노트`에 올린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변 후보자에 대한 당내 비판 기류가 확산하는 데다, 시민단체의 성토까지 더해지고 있어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서울=백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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