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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아시타비(我是他非)

2020-12-22 기사
편집 2020-12-22 07:05:26
 김하영 기자
 halong0711@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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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辛丑年) 새해가 아흐레 남았다. 새해를 맞아 덕담과 메시지가 넘치고 있다. 이중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교수신문이 연말이면 발표하는 '올해의 사자성어'이다. 한 해의 한국 정권을 꼬집는 일침이다. 박근혜 대통령 집권 첫해인 2013년엔 '도행역시(倒行逆施)'로 아버지 박정희 유신체제 답습을 비판했다. 2014년 사자성어는 '지록위마(指鹿爲馬)'였다. 남을 속이려고 옳고 그름을 바꾸거나 정치적으로는 윗사람을 농락해 자신이 권력을 휘두른다는 의미로 세월호 참사와 정윤회 사건 작태를 풍자했다. 메르스 사태가 터진 2015년은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로 인해 세상이 혼란하다는 뜻의 '혼용무도(昏庸無道)'.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2016년에는 강물(백성)이 화가 나면 배(군주)를 뒤집는다는 뜻의 '군주민수(君舟民水)'가 선정됐다.

문재인 정권 첫해인 2017년 선정된 '파사현정(破邪顯正)'은 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으로 전 정권의 적폐청산 의지가 담겼다. 국민이 촛불을 들어 나라를 바르게 세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의미다. 2018년엔 '임중도원(任重道遠)'.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뜻으로 한반도 평화 구상과 각종 국내정책 개혁이 중단없이 추진되기를 바라는 당부다. 그러더니 조국 사태로 나라가 두 동강난 2019년엔 '공명지조(共命之鳥)'라 했다. 서로가 어느 한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공멸하게 되는 '운명공동체' 뜻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올해는 '아시타비(我是他非)'가 선정됐다.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뜻으로 '내로남불'의 한자 버전 신조어다. 조국 사태에 이어 추미애 장관 아들 휴가 논란, 그리고 윤석열 총장 찍어내기까지. 올 한해 정치권은 이중잣대로 서로를 비난하기 바빴다. 바른 것을 드러내기 전 그릇된 것을 깨는 행위는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자성이 없다면 또 다른 모순만 양산할 뿐이다. 자기 성찰이 결여된 비난은 '아시타비'에 불과하다. 정권 초기의 '파사현정'은 부처님 가르침에 어긋나는 생각을 버리고 도리를 따른다는 중도(中道)의 의미도 담고 있다. 바라건대, 새해에는 초심을 지키되 자비와 포용, 배려의 뜻을 헤아릴 수 있길 기대한다. 김하영 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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