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년(辛丑年) 새해가 아흐레 남았다. 새해를 맞아 덕담과 메시지가 넘치고 있다. 이중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교수신문이 연말이면 발표하는 `올해의 사자성어`이다. 한 해의 한국 정권을 꼬집는 일침이다. 박근혜 대통령 집권 첫해인 2013년엔 `도행역시(倒行逆施)`로 아버지 박정희 유신체제 답습을 비판했다. 2014년 사자성어는 `지록위마(指鹿爲馬)`였다. 남을 속이려고 옳고 그름을 바꾸거나 정치적으로는 윗사람을 농락해 자신이 권력을 휘두른다는 의미로 세월호 참사와 정윤회 사건 작태를 풍자했다. 메르스 사태가 터진 2015년은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로 인해 세상이 혼란하다는 뜻의 `혼용무도(昏庸無道)`.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2016년에는 강물(백성)이 화가 나면 배(군주)를 뒤집는다는 뜻의 `군주민수(君舟民水)`가 선정됐다.

문재인 정권 첫해인 2017년 선정된 `파사현정(破邪顯正)`은 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으로 전 정권의 적폐청산 의지가 담겼다. 국민이 촛불을 들어 나라를 바르게 세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의미다. 2018년엔 `임중도원(任重道遠)`.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뜻으로 한반도 평화 구상과 각종 국내정책 개혁이 중단없이 추진되기를 바라는 당부다. 그러더니 조국 사태로 나라가 두 동강난 2019년엔 `공명지조(共命之鳥)`라 했다. 서로가 어느 한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공멸하게 되는 `운명공동체` 뜻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올해는 `아시타비(我是他非)`가 선정됐다.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뜻으로 `내로남불`의 한자 버전 신조어다. 조국 사태에 이어 추미애 장관 아들 휴가 논란, 그리고 윤석열 총장 찍어내기까지. 올 한해 정치권은 이중잣대로 서로를 비난하기 바빴다. 바른 것을 드러내기 전 그릇된 것을 깨는 행위는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자성이 없다면 또 다른 모순만 양산할 뿐이다. 자기 성찰이 결여된 비난은 `아시타비`에 불과하다. 정권 초기의 `파사현정`은 부처님 가르침에 어긋나는 생각을 버리고 도리를 따른다는 중도(中道)의 의미도 담고 있다. 바라건대, 새해에는 초심을 지키되 자비와 포용, 배려의 뜻을 헤아릴 수 있길 기대한다. 김하영 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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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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