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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산책] 노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20-12-22 기사
편집 2020-12-22 07: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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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최수웅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노래는 힘이 세다. 희로애락, 인생의 어느 굽이에서도 함께한다. 성취하면 어깨 걸고 합창하고, 스트레스 풀러 노래방을 찾고, 새벽녘에 따라 부르며 눈물짓다가, 저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리고는 한다. 그리하여 노래에는 사연이 스미고, 감정이 담기며, 끝내 삶 자체가 된다. 이런 힘이 있으니, 방송 시장에서 음악 콘텐츠는 각별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도 흐름이 있는데, 이는 시대와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다. 여타 대중문화 콘텐츠들이 그러하듯.

한국 음악 오디션의 앞자리에 놓이는 프로그램은 단연 <전국노래자랑>이다. 하지만 독보적인 역사를 가지는 이 프로그램은 어디까지나 지역민들의 놀이마당 포맷을 유지하고 있다. 산업적 활용도는 낮지만, 장수의 비결이기도 하다.

본격적으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개입하는 오디션은 <슈퍼스타K>부터 시작되어, 비슷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환산되었다. 케이블방송의 특징을 십분 활용하여 편성 시간을 파격적으로 조정하고 광고를 거침없이 삽입하며 상업성을 발휘했다. 이 시기에는 '독설가 심사위원', '악마의 편집' 등의 특징이 도드라졌는데, 치열한 생존 경쟁을 조장했던 신자유주의의 산물이다. 장르야 다르지만, 상대를 '디스'하고 자기 음악을 돈으로 환산하면서 가치를 인정받는 <쇼미더머니>도 마찬가지. 이들 프로그램은 큰 인기를 얻었지만, 변화를 피할 수 없었다.

물론 경쟁 없는 사회생활은 드물다. 하지만 경쟁이 과열되고 과정이 정당하지 못하면, 사람들은 시스템 자체를 거부한다. <프로듀스101>이 그러했다. 아무리 경쾌하게 스텝을 밟고 노래를 불러도, 탈락하지 않으려고 "pick me, pick me"를 간청하는 아이들은 검투사 노예와 다를 바 없었다. 우리가 그런 것처럼. 심지어 경쟁조차 공정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가 그러한 것처럼.

뒤늦게 트롯 분야 오디션이 주목받아 <미스 트롯>과 <미스터 트롯>이 흥행했다. 이들은 이전 오디션의 성과와 한계를 받아 안았는데, 경쟁과 상품화는 더 노골적으로 강조되기도 했다. 하지만 변화는 분명했다. 무엇보다 심사위원들의 태도가 바뀌었다. 이제는 독설을 날리지 않는다. 대신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춤을 추었다. 평가도 구체적인 점수가 아니라 하트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심사위원들은 경연자들을 마치 SNS 인플루언서처럼 대했다. 서슴없이 팬심을 드러내며 응원했다. 여기에 시청자들이 공감했다. 가혹한 경쟁을 잠시 잊고, 솟구치는 흥을 즐기고 싶었던 까닭이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오디션이 등장했다. JTBC <싱어게인-무명가수전>, "리부팅 오디션"을 표방하는 이 프로그램은 기획 의도부터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우선 참가자를 이름이 아니라 번호로 부른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이런 상황은 낯설지 않다. 교실에서, 군대에서, 면접장에서 몇 번이고 마주했다. 번호로 호명되는 인간은 그저 조직의 부품으로 취급된다. 사연은 묻히고 스펙만 남는다. 하지만 이 오디션은 참가자들이 탈락하는 순간, 이름을 돌려주며 사연을 묻는다. 무대가 끝난 뒤에도 그들의 사연이 이어지도록.

심사위원들의 존중과 배려도 선명하게 느껴진다. 그들은 경연자들의 노래에 거듭 감탄한다. 한계를 지적하기보다 장점을 언급하고, 꼬투리를 잡기보다 극복을 칭찬한다. 12월 14일 방영된 팀대항전에서, 45호 윤설하와 1호 벤티가 꾸민 무대에 대한 심사평이 대표 사례다. 애당초 불리한 무대였다. 오랫동안 통기타 가수로 활동했던 사람이 아이돌 노래를 부르는 일이 어디 쉬울까. 끝내 실수를 저지르고 말지만, 두 무명 가수는 서로 의지하며 무대를 끝까지 마무리했다.

지금까지의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실수는 반박할 수 없는 결격 사유였다. 경쟁에만 집중하면 실수는 용납되지 못한다. 그래야 공정하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앞뒤가 바뀌었다. 오디션을 보려고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노래하기 위해 오디션을 보는 것이다.

변화는 근본을 돌아보는 계기다. 여기에 이것이 새로운 프로그램 <싱어게인>의 시대적 화두다. 실수가 없다고 좋은 공연은 아니다. 그보다 노래 그 자체가 중요하다. 몇 번 실수했다고 낙오시키지 말아야 한다. 승자독식보다 패자부활을 추구하는 사회가 건강하다. 탈락한다고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다. 삶은 훨씬 힘이 세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끈질기게 이어진다. 그러니 무대에 오르자. 자기 이름을 걸고서. 아직 노래는 끝나지 않았다. 최수웅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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