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경 대전을지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김대경 대전을지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기로(岐路)는 갈림의 의미를 지닌 `기(岐)`와 길이라는 의미를 가진 `로(路)`로 이루어진 단어이다. 모든 갈림길이 기로인 것은 아니고, "인생의 기로에 섰다"라는 표현처럼 그 선택에 의해 미래가 달라질 것이 예상되고 때로는 전체의 운명마저 좌우되는 중요한 순간을 앞두고 사용된다.

코로나19 방역에 있어 대한민국은 지금 기로에 서 있다. 지난 11월부터 코로나19 대유행의 물결이 거세게 몰아치며 1일 확진자는 이미 1000명을 넘었고, 집단 감염과 감염원을 확인할 수 없는 감염이 늘고 있다. 특히 두려운 것은 감염재생산지수가 상승일로에 있다는 점이다.

감염재생산지수란 1명의 확진자가 전염 기간 내에 전파할 수 있는 감염자 수를 의미한다. 지난 11월 11-20일 사이 확진자 상황을 기준으로, 평균 감염재생산지수는 전국 기준 2.03, 수도권 기준 2.23이었다. 1인의 감염자가 2인이 넘는 추가 감염을 발생시켜 감염이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되었음을 의미한다. 감염 확산 추세를 꺾기 위해서는 이 수치를 1미만으로 줄여야 한다.

재생산지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감염자의 1일 타인 접촉 횟수(N), 1회 접촉 시 바이러스 전파 확률(P), 감염자 격리 전 활동 날짜수(D), 감염될 수 있는 인구 비율(S) 등이 있다.

지금까지 K방역이 역점을 두었던 것은 감염된 확진자를 빠른 진단 검사로 조기에 발견하고 신속하게 그 동선을 추적해 접촉자 검사를 통한 추가 감염자를 발견해 격리하는, 즉 D를 최대한 감소시키는 전략이었다. 여기에 전 국민이 적극 동참한 마스크 착용을 통해 바이러스 전파 확률, 즉 P의 감소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난 두 차례의 대유행에서는 D, P의 감소만으로도 감염 확산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유행은 이 전략에 한계가 왔음을 의미한다.

재생산지수 요인 중 감염될 수 있는 인구 비율인 S는 백신 접종이 시작되어야 비로소 조절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현 시점에서 재생산지수를 낮추기 위해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높여서 감염자 1명의 1일 타인 접촉 횟수인 N을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

시급한 이유는 확진자 수가 계속 증가해 감당할 수 있는 의료 시설 한계를 넘어서면 코로나19 확진을 받고서도 입원 병상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해 상태가 악화되고 심지어는 사망에까지 이르게 되는 의료 붕괴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확진자 치료를 위한 병상 확보가 중요하다. 경증 환자의 격리를 위한 생활치료센터, 그리고 호흡기 기저 질환, 고령 등의 위험 요인이 있거나 중등도 이상의 증상이 있는 환자 치료를 위한 치료병상을 확충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가 근무 중인 대전을지대학교병원이 파업으로 인해 지역 의료기관으로서의 기능 수행을 다하고 있지 못해 안타깝다. 일반 환자를 위한 병상마저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코로나 관련 치료병상 신규 설치는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선별진료소는 운영 중이지만 인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 노동조합법은 파업 시에도 유지해야할 업무인 필수유지업무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병원의 경우 대표적인 예로 응급실과 중환자실이 있다. 파업을 하더라도 공공의 성격을 띤 업무들은 일정 부분 수행하면서 파업을 하라는 것이 법률 제정의 취지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재난 상황이다. 파업이 어서 끝나고 모두가 업무에 복귀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것이 불가하다면 현 시점에서 공공의 성격을 가진 코로나 방역 및 치료 업무만이라도 노조의 협조 하에 수행 가능해 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는 지금 기로에 서 있고, 자그마한 힘이라도 함께 모아야 할 시기이기에.

김대경 대전을지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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