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제지질자원인재개발센터장/UST 교수
이수정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제지질자원인재개발센터장/UST 교수
희토류원소를 흔히 4차산업혁명의 쌀 또는 비타민이라고 한다. 스마트폰, 배터리, 촉매, 영구자석, 친환경 에너지 등 첨단산업에 꼭 필요한 대체 불가능한 원료이기 때문이다. 희토류라는 말은 자주 들었지만 이름 외에 더 아는 것은 별로 없다. 문득 과학시간에 배웠던 원소주기율표 아래쪽 어느 곳에 죽 나열돼 있던 여러 개의 원소라는 게 기억난다. 사실 2009년 중국이 희토류의 생산을 독점하고 수출을 통제하기 전까지 희토류라는 말은 일반인들에겐 낯설었다.

희토류는 이트륨과 스칸듐에 란탄족원소 15개를 합한 17개의 금속을 말한다. 18세기 말 핀란드 화학자이자 광물학자인 요한 가돌린은 무거운 돌을 분석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최초의 희토류원소인 이트륨을 발견했다. 당시에는 금속산화물을 토류(earth)라고 불렀지만 사실 희토류원소는 토류금속은 아니다. 토류금속은 알루미늄, 갈륨, 인듐과 같은 3족의 금속원소를 말한다. 란탄족 희토류원소는 원소주기율표에서 란타늄과 하프늄 사이에 위치하는 전이금속이다. 우리가 희토류원소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희토류원소는 이름처럼 희귀하지도 않다. 희토류가 발견 직후인 19세기에는 전 세계적으로 단 하나의 희토류 광상이 발견됐기에 희귀한 토류 금속이라는 어울리지 않은 이름을 갖게 된 것뿐이다. 지금도 희토류 광상(鑛床)의 수는 적지만 희토류원소는 매우 희귀한 편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로 희토류원소에서 가장 희귀한 것 중 하나인 루테튬의 지각에서의 농도는 금의 200배다.

산업 원료로 유명세를 떨치기 오래전인 1960년대부터 희토류는 태양계와 지구, 행성의 생성과 진화 과정을 설명하는 중요한 증거로 연구돼 왔다. 원자번호는 같지만 질량수가 다른 원소를 동위원소라고 하는데 희토류원소계의 동위원소는 연대 측정 도구로 중요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렇듯 희토류원소는 우리 삶의 터전인 우주와 지구를 이해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마법 같은 첨단기술을 가능하게 하는 그야말로 쌀이고 비타민이다.

이수정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제지질자원인재개발센터장/U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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