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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광장] 일자리는 일거리에서 나와야 한다

2020-12-18 기사
편집 2020-12-18 07:44:34
 김정규 기자
 wjdrb220@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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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기념관, 독립운동가 자료 발굴 사업
명분있는 일거리, 지속 일자리로 연결 못해
공정하고 의미있는 일자리로 만들어야

첨부사진1김정규 천안아산취재본부장
독립기념관(이하 기념관)은 최근 '기간제 운영 사전심사위원회'를 열고 독립운동가 자료 발굴 사업 등을 수행한 석박사급 계약직 연구원 8명의 내년 고용을 결정했다.

'대통령의 지시로 만든 사업과 자리가 없어질 위기'라는 본보의 지적에 심사위원회 심사를 열고 연말 계약 종료를 앞둔 연구원 8명에 대한 고용을 모두 적법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이들은 내년에도 무명 독립운동가 발굴 사업을 계속하게 됐다.

이 사업은 단순 발굴에 그치지 않고 포상을 추천하고, 국내 외 산재 돼 있는 관련 자료를 수집해 번역하고 출판한다.

3·1운동에 관한 도장관 보고 자료를 분석해 342명을 발굴하고, 보훈처에 추천해 67명의 독립운동가 포상을 진행했다. (*2018년 5월부터 지난 9월까지 독립운동가 자료 발굴사업으로 독립운동가 1021명을 발굴, 포상 추천했다.)

최초 발굴 자료로 '함흥지방법원 이시카와 검사의 3·1운동 관련자 조사자료' 1, 2권의 번역·출판도 주도했다.

연구원들은 역사의 그늘에 가려지거나 잊혀져 있던 독립운동가들을 발굴하고 포상 추천하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현충일 추념사에서 "독립운동의 한 장면이라도, 더 찾아내겠다"며 독립운동가 발굴과 조명 의지를 밝혔다. 이어 국무회의에서 국가를 위해 헌신했던 분들의 기록을 찾고 그분들을 기념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마련하기에 적합한 기구로 국가보훈처 산하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를 거론했다. 이에 독립기념관은 다음해인 2018년부터 독립운동가 자료 발굴 사업에 착수했다. 이 사업을 석박사급 계약직 연구원 8명이 맡은 것이다.

기념관은 이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공무직 8명 정원 증원을 추진했지만 기획재정부 반대에 부딪혀 무산, 계약직 연구원들의 고용문제가 불거졌던 것이다.

그렇지만 국고 지원 사업인 이 사업에 기념관이 요구한 이 자리들도 넉넉한 숫자는 아니다.

국가보훈처 공훈발굴과 34명, 국가보훈처 공훈관리과 공적 전수조사 인력 17명,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실 20명 등이 등록돼 있다. 기념관의 독립운동가 자료 발굴 인력과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앞서 기념관은 독립운동가 자료발굴 공무직 8명, 독립운동 사적지 연구 정규직 6명 증원을 비롯해 총 26명 증원을 기재부에 요구했지만 기재부는 기록물관리 증원 1명만 통보하기도 했다.

계약직 연구원들의 내년 고용 결정이 그나마 다행이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이처럼 의미있는 일로 성과를 내는 자리가 누군가에, 어딘가에 밀려 또는 외면받아 제대로 된 일자리로 남질 못하고 전전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물론 재정부담에 따른 경제적 합리성에 의한 판단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물리적 생산성만 얘기할 수 없다. 자칫 대통령 말한마디에 이뤄진, 공정하지 못한 '인국공 사태'같은 포퓰리즘이라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역사적 사명과 숙제란 부분에 더 큰 비중이 매겨진다.

"잊혀진 독립운동가를 발굴하는 우리 자신이 잊혀지게 됐다. 아무리 대통령 지시사항이고 관련 사업이라도 증원 요구가 거부되는 것에 독립운동 및 독립운동가에 대한 정부 인식이 투영된 것 같아 씁쓸하다"는 한 계약직 연구원의 말이 정부의 역사 인식을 보여주는 듯 하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다. 하지만 양질의 일자리,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공공부문에서 만든 일자리는 일거리가 없거나, 허술해도 유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속가능하지도 않고, 정의로워 보이지도 않는다.

의미와 보람있는 일자리는 사회를 윤택하게 만든다. 또한 이렇게 만들어진 일자리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추후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을 할 수 있는 세상이다. 일거리 만들기가 쉽지도 않은데, 만들어진 필요한 일자리를 유지하지 못하는 현실은 아쉬움보다 깊다.

여기에 공정함을 더해 명분있는 일자리로 만들고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일자리'는 '일거리'에서 시작하는 것이 옳다. 김정규 천안아산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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