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욱 대전상공회의소 회장
정성욱 대전상공회의소 회장
갑자기 낮아진 기온에 어느덧 겨울의 한가운데임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얼마 남지 않은 한 해의 끝에서 정신 없이 바이러스를 피해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본다. 올해 신년 벽두부터 시작된 코로나19는 결국 2020년을 며칠 남기지 않은 지금 이 시점까지도 발발 이후 가장 많은 하루 1000명 이상의 확진자를 쏟아내고 있다.

내 평생 이렇게 두렵고 생명력이 강한 바이러스는 처음인 것 같다. 이제 서서히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고 있다고 하니 이런 시간들도 언젠가는 추억처럼 이야기할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바란다. 올해 힘든 와중에서 우리 지역에 좋은 일도 있었다.

정부로부터 대전이 혁신도시로 지정되는 쾌거를 이루는가 하면 최근에는 경부선·호남선 철도 지하화 연구용역비가 2021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되는 등 굵직한 현안들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모양새다. 대전시의 노력과 시민들의 염원이 빚어낸 소중한 결실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혁신도시는 갈 길이 멀다.

대전역세권지구와 연축지구에 공공기관의 이전을 위한 가시적인 결과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혁신도시는 이렇듯 답보 상태에서 머물고 있음에도 대전 시민들과 오랜 세월 동고동락했던 공공기관들이 하나둘 대전을 등지면서 시민들을 안타깝게 했다.

먼 훗날 내가 2020년을 떠올린다면 가장 먼저 우리 지역의 크고 작은 기업들이 겪은 커다란 고통과 시름이 기억날 것 같다. 그중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계층이다. 출·퇴근길 대로변 상점과 사무실 유리창에 붙어 있는 `임대`라는 두 글자를 마주할 때면, 그 뒤에서 울고 있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보이는 듯해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들은 어디에 하소연하거나 누구를 원망하기조차 힘든 절체절명의 불황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바이러스는 슬그머니 우리 삶에 들어와 가장 약한 고리부터 끊어내고 모든 것을 바꿔버렸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대전의 소상공인·자영업 종사자 수는 소상공인 17만 5000명에 자영업자는 14만 2000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의 통계는 단순히 그 숫자만 보아서는 안 된다. 숫자에 딸린 부양가족까지 어림잡으면 공공서비스 종사자를 제외하고도 대전의 반도 넘는 인구가 개인 서비스업 비중이 큰 소상공인·자영업으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대전시 역시 이를 뒷받침이나 하듯 2020년 6월 기준 대전의 서비스업 비중이 85.6%에 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코로나19는 기다렸다는 듯이 산업 생태계의 구조적 지표를 놓치지 않고 포박한다. 식음료업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로 회식이나 외식이 어렵다면 배달로라도 이들의 어려움을 덜어준다지만 숙박·관광업의 경우에는 방법이 없다.

의류, 잡화업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이들이 원하는 최소한의 지원책을 지자체와 정부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피해 실태조사 결과, 그들이 원하는 지원책은 먼저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세금감면혜택, 건물임대료 인하, 저이자 대출지원 순이었다.

정부와 지자체가 조금만 더 이들에게 귀를 기울인다면 해결 불가능한 지원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연말이지만 도심의 거리가 조용하고 인터넷에는 약속도 모두 취소한 채 각자의 공간에 갇혀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와중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고통과 눈물을 외면하지 말자. 각자의 자리에서 방법을 찾아보자. 훗날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다시 일상이 우리에게 펼쳐졌을 때 `다행히 우리 모두 어려운 시간들을 잘 견디고 여기까지 왔다`고 웃으며 말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도와주자. 과반수 시민의 마음이 모아진다면 어렵지 않다. 언제나 `사람이 먼저다` 정성욱 대전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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