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화 지음 / 한국문학사 / 380쪽 / 1만 1200원

한국전쟁 속 원통한 사연을 날것으로 드러내는 동시에 그 상처를 보듬어주는 치유소설 작품집이 발간됐다. 홍상화 작가의 `내 우울한 젊음의 기억들`이다. 상처투성이의 지난 역사를 어떻게 껴안아야 할까. 이 물음에 홍 작가는 "모든 상처와 아픔을 결코 회피하지 않고 함께 껴안아 아파함으로써 극복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국전쟁과 분단의 소용돌이 속에서 생겨난 굽이굽이 서러운 사연, 한국사회의 폭력적인 부조리에 치여 떠밀리고 짓밟힌 사람들의 원통한 사연. 생이별, 죽음, 불구, 배신, 분노, 피해의식, 죄의식 등이 뒤범벅된, 흡사 지옥 같은 풍경들. 작가는 이러한 상황을 무겁게 끌어올려 얘기하면서도 `함께 아파하기`라는 생명의 지혜를 발휘해 그 모든 상처의 시간들을 치유하고자 한다.

이 작품집은 모두 8개의 중·단편으로 이뤄져 있다. 모두 한국의 역사적 상황을 서사의 중요한 밑그림으로 깔고 있는 작품들이다. 작가는 예리한 시선으로 우리 사회에 깊이 드리워져 있는 `어둠과 그늘`을 세심히 들여다본다.

먼저 전쟁, 욕정, 열정, 사랑, 기적을 주제로 뜨겁고 산산한 인생을 보여주는 `인생의 무늬`를 시작으로, 작품집의 한 축을 이루는 `능바우 가는 길`이 펼쳐진다. `능바우 가는 길`은 어린 시절 피란지였던 능바우에서 50년이 지나 소설가로서 명망을 얻은 주인공이 킬리만자로까지 갔다가 능바우로 귀환하는 서사 구조가 펼쳐진다. 이어 `세월 속에 갇힌 사람들`, `어머니`, `유언`, `외숙모` 등 모두 분단의 현실과 그 아픔을 소환한 작품들이다.

반면 다른 한 축인 `독수리 발톱이 남긴 자국`과 `겨울, 봄, 그리고 여름`은 한국의 특수한 정치경제적 문제들이 화두가 된다. 냉혹한 현실을 고발하면서도 우정과 가족애 등 희망의 근원을 드러내며 맑고 따뜻한 눈길을 다시금 조명해준다.

인간을 꿰뚫어보는 혜안과 따뜻한 휴머니즘이 흐르는 이 작품집을 통해 독자들은 작가의 삶과 인생에 대한 폭넓고 깊이 있는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난폭한 시대를 따스하게 위무하는 저자만의 삶의 철학과 특별한 서정을 함께 느끼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정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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