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속 (김대식·김동재·장덕진·주경철·함준호 지음/ 동아시아/ 308쪽/ 1만 8000원)

올해 3월 12일 WHO(세계보건기구)는 결국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대해 팬데믹 선언을 내렸다. 팬데믹은 6단계로 나뉘는 WHO 전염병 경보단계 중 최고 위험등급에 해당되는데,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황을 가리킨다. 코로나19 이전, 가장 최근의 팬데믹 선언은 지난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H1N1) 사태였다. 신종 플루 팬데믹 당시 전 세계 214개국에서 약 1만 8500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렇다면 코로나19는 어떨까? 팬데믹 선언 이후 9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올해 초, 이미 전 세계의 사망자 숫자는 100배에 가까운 약 150만 명으로 집계된다. 그야말로 초유의 사태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만 해도 많은 이들이 감염병 확산을 신종 플루와 사스, 스페인 독감과 같은 방식의 해결책을 가지고 문제를 풀어나가고자 했다. 그러나 이제는 깨닫는다. 그때까지만 해도 익숙했던 일들이 당연하지 않고, 상상도 할 수 없던 일들이 우리 앞에 펼쳐질지 예상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뇌과학, 경제학, 사회학, 역사학, 경영학, 중국학 등 각자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연구 성과를 내는 석학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팬데믹과 감염병이 가져올 변화, 시대의 흐름에 대해 같이 배워나가기 위한 공부 모임을 결성했다. 각자 자기의 분야에서 가장 트렌디한 주제에 대해 발제하고, 다른 분야의 시각에서 질문을 던지고 실시간으로 토론하는 과정을 거쳐 저자뿐만 아니라 독자들도 기존에 알고 있던 것을 새롭게 재정립하는 등 각자의 시각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진단한다. 이 책에는 다섯 번의 세미나를 통해 저자들이 발표한 내용과 이어진 토론 과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특히 주경철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역사 해석의 과정에서 `감염병`이라는 요소를 추가했을 때 비로소 보이는 다양한 역사적 사실들을 제시해 세상을 뒤바꾼 사례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이번 코로나19 사태만이 아니더라도 인류의 역사는 언제나 불안전성과 불확실성 아래에 놓여있다고 역설한다. 즉 지금 인류가 맞이한 변화들이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 기존 역사의 흐름에 내재한 변화로, 코로나19는 새로운 변화를 창출하는 것이 아닌 그 흐름을 폭발적으로 가속시키는 촉매로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김대식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등 토론에 참여한 교수들은 대한민국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기업과 정부의 앞길을 모색한다. 이 책은 학자들의 탁상공론이 아니라, 실전에서 단련된 실천하는 지식인들이 꾸리는 생존전략이다. 이번 책을 통해 독자들은 배움에 목마른 실천하는 지식인들의 사고를 여과 없이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 있는 귀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박상원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