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국회 가결 이후 4년이 지난 지금, 전직 대통령 두 명이 동시에 구속 상태에 있는 상황을 돌아보며 국정을 함께 경영했던 당의 책임에 대해 국민들에게 반성과 사죄를 구한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정치의 근본적 혁신을 모색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했다. 비록 이번 사과가 두 전직 대통령을 대리한 것도 아니고, 그의 대표성과 당 안팎의 반대 등 논란의 와중에서 이뤄졌지만 국민의힘의 이름을 건 첫 공식 사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김 위원장의 사과는 예상했던 대로 두 전직 대통령의 잘못 보다는 이를 목도하고도 당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부분에 초점이 맞춰졌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는 정경유착이나 국정농단을 엄단하지 못해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렸다는 포괄적인 말로 갈무리했다. 진정한 반성은 당사자가 인정해야 한다는 점과 당 안팎의 반발 등을 감안하면 김 위원장의 사과 수위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때문에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논란은 이번 사과 이후에도 거듭될 개연성이 많다.

대신 국민의힘의 혁신 작업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의 사과는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와 당의 연결고리를 끊고 쇄신을 꾀하겠다는 다중 포석이 깔려있다. 탄핵 이후 자숙과 반성도 모자른 판에 분열을 하는 등 구태를 보임으로써 지지자들의 마음으로부터 멀어졌다는 그의 상황 인식은 인적 쇄신에 대한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내년 서울·부산시장 재보선과 내후년 대통령선거를 승리를 위해서는 합리적 보수와 중도세력을 포용하는 외연확장이 필수라는 점에서 혁신의 속도를 빨라질 것이다. `당을 뿌리부터 개조하겠다`는 선언도 그래서 나온 듯하다.

김 위원장의 사과 하나로 국정 혼란에 대한 연대책임이 모두 상쇄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잘못을 공식 인정했다는 사실은 진일보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 만큼 김 위원장의 사과는 개인이 아니라 국민의힘 모두의 사과가 돼야 한다. 이날 사과 자리에 주호영 원내대표 등이 배석한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제 사과의 진정성을 입증하는 것은 오롯이 국민의힘의 몫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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