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신 유성중학교장
정상신 유성중학교장
지난해 다사다난한 모든 것이 코로나19로 꽁꽁 얼어붙은 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버겁고 긴장된 나날의 연속이다. 성경의 말씀대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하며, 인류의 역병 주기설을 떠올리고 냉정하려고 애써본다.

코로나19가 학교에 등장한 것은 지난 1월 말로 기억한다, 2월 초 졸업식을 하느냐 마느냐부터 학교장으로서 정말로 많은 결정을 했다. 완벽에 가까운 학교 방역을 두팔 걷고 해냈고, 등교와 원격수업 등 반복하는 학사일정은 무탈하게 수행해왔다. 그러나 학교에게 방역과 학사일정 말고도 훨씬 더 중요한 것이 교육활동이다. 교육활동에서 코로나19는 학교에 많은 변화를 이끌어왔고 반대로 과제도 던져줬다.

1학기 동안에는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반복하는 동안 교육 결손을 최소화하려고 했다. 준비되지 않은 온라인 수업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충분하지는 못한 것이 사실이다. 교실 수업에 매우 능숙한 선생님들조차도 수업 촬영과 원격수업에서 학생과의 거리감 극복에 애를 먹었다. 수업은 교사 혼자 진도 나가는 게 아니고 학생 학습 상황을 이끌며 함께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원격 수업에 적합한 교육 활동, 평가 활동 등에 대한 부족함을 안고 그날그날 버텨온 것이 사실이다.

2학기 들어서 3분의 2 등교가 되자 학교가 제법 생기가 돌았다. 역시 학교에는 학생들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학생들에게 물어봤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무엇일까? 학생들의 대답은 명쾌하다. 친구들을 만나고 공부하고 맛있는 급식 먹는 곳이란다. 그런데 원격수업이 시작되니 학생들은 `친구`와, `급식`이 없는 생활을 해야 했다. 또 `공부`라는 것도 온라인으로 하니 이해도 안 되고 집중도 오래 할 수 없었다. 때로는 게을러도 아무도 바로잡아주지 않아서 싫단다.

선생님들에게 물어봤다. 여름 방학 끝나고 만난 학생들이 어떻습니까? 가장 먼저 들리는 소리가 학습격차란다. 친구를 못 사귀고 서로들 서먹해한단다. 원격수업 때 가정에서 돌봄이 가능한 학생들은 수업을 잘 이해하고 따라오지만, 학생 혼자서는 이전에 이해가 되지 못한 부분을 해결하기 못해 서다. 그리고 다음 시간 수업을 듣게 되니 학습내용을 더 소화하지 못하게 된다. 가정환경의 격차가 학습격차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리고 코로나19는 학생들의 표정을 빼앗아 가버렸단다. 새롭게 만난 급우가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얼굴도 낯설고 표정은 알 수 없으니 대화가 잘 안돼 친구를 못 사귄다고 한다. 그래서 올 한 해 생활 지도는 사이버상에서 언어와 따돌림 예방이 중점이 됐다.

나열하기 벅찬 교육활동들도 다 멈췄다. 이 점에서 많은 아쉬움이 있다. 너무 멈춘 것은 아닌지. 철저한 방역과 함께 추진했어야 하는 일이었는데 무섭다고 모두 멈춘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학생 성장에 밑거름이 될 소중한 활동들이 멈췄다는 생각에 무척이나 아쉽다.

학교는 생긴 이래 멈춰본 적이 없이 200년을 달려온 제도이다. 코로나19는 갑작스레 공포감과 함께 다가왔지만, 학교의 필요성을 재인식하는 값진 시간을 선물했다고 생각한다. 쓰디쓴 선물을 보약처럼 받고 이를 소화해낸다면 지금 코로나19가 감사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시간으로 한 해를 보내며, 코로나가 우리에게 가져온 선물을 교육의 씨줄과 날줄 위에 올려놓고 분야별 플랜A와 플랜B 그리고 플랜C를 계획해 준비해야 한다. 지금 지나가는 코로나19는 다가올 또 다른 역병보다는 순한 녀석일테니 말이다 . 정상신 유성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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