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차도로 변경하면 B/C 1.45 나와…평면교차로 강행 '장대교차로' 판박이 비판

대전 서구 만년동 갑천네거리 인근 도로에서 갑천대교네거리 방향으로 아침 출근길 차량들이 제속도를 내지 못하고 길게 늘어선 채 신호대기 행렬을 이루고 있다. [사진=대전일보DB]
대전 서구 만년동 갑천네거리 인근 도로에서 갑천대교네거리 방향으로 아침 출근길 차량들이 제속도를 내지 못하고 길게 늘어선 채 신호대기 행렬을 이루고 있다. [사진=대전일보DB]
대전지역 주요지점을 직결하는 주간선도로의 교차점에서 대전시 건설행정이 갈짓자 행보를 하고 있다. 교통수요와 원활한 차량흐름을 고려해 교차로 통행방식을 결정했다가 갑작스레 뒤엎고, 공사 강행 후엔 `해보니 아닌 것 같다`며 원래 계획대로 추가 공사 가능성을 시사한다.

카이스트교 신설과 함께 T자형 삼거리에서 네거리 평면(신호) 교차로로 바뀐 갑천네거리(서구 만년동) 사례다. 혼잡 해소를 목표로 300억짜리 교량을 올리고 신호교차로를 깔았지만 혼잡은 가중됐다. 결국 원안인 지하차도 입체화로 슬그머니 갈아탈 준비를 하고 있다. 교차로 구조와 교행방식 결정 후 급변경 등 일련의 과정이 판박이와 다름없는 장대교차로에서도 대전시는 고집과 불통행정으로 갑천네거리의 정책실패를 답습해 가고 있다.

◇평면 갑천네거리 상습정체…입체교차로 원안으로

14일 대전시에 따르면 올 초 자체 발주한 `주요 교차로 효율 향상 타당성 평가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 결과 현재 각 방향 신호로 통제되는 갑천네거리를 지하차도 방식의 입체교차로로 변경하면 교차로 서비스수준이 F에서 D로 대폭 상향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도로용량편람`상 서비스수준은 통행 속도·시간·자유도, 안락감, 교통안전 등 도로운행 상태를 설명하는 개념이다. 가장 좋은 A부터 가장 나쁜 F 수준까지 6등급으로 나뉜다.

F에서 D로의 변화는 교통량이 도로용량을 초과하는 잦은 정체상태에서 제한적이나마 안정적인 교통흐름으로 개선된다는 뜻이다. 이번 용역에서 갑천네거리 입체화 사업의 비용대비편익(B/C)이 무려 `1.45`로 높게 추출된 것은 이 같은 교통편익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장래 편익과 비용 분석에서 통상 B/C가 `1` 이상이면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천변도시고속화도로를 오가는 갑천네거리 양방향 520m를 대덕대교 문예지하차도 형태로 뚫는데 소요되는 지하화 사업비는 326억 원으로 추산됐다. 대전시의 선택지는 두 가지다. 국비사업 또는 시비 투입이다. 국비를 받으려면 대규모사업 예산 지원을 제한하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예비타당성조사를 다시 거쳐야 한다.

경제성 분석 결과는 예단하기 어렵고 시간이 늘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맹점이다. 전액 시비사업으로 하는 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코로나19 위기로 팍팍해진 대전시 살림살이 때문에 수백 억대 재원 마련 가능성을 장담하기 힘들다. 예산 확보의 난관을 헤치고 사업 실행 단계로 넘어간다면 최소 5년의 공사기간과 비용조차 추계할 수 없는 시민불편을 맞닥뜨린다.

내년 예산 반영 이후 2022년부터 설계, 보상, 공사를 차례대로 마무리한다고 해도 2026년 말 준공이다. 시간당 1만 482대(2016년말 기준)에 달하는 갑천네거리 교행차량들은 공사기간 내내 막대한 사회적 불편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고가(高架) 입체교차로에서 돌연 평면으로…속도 내는 장대교차로

유성구 장대교차로는 세종시와 유성 노은을 잇는 북유성대로가 월드컵네거리를 지나 월드컵대로와 합류하는 지점이다. 유성나들목(IC) 진출입 차량, 충남 공주 및 대전현충원 방향, 유성도심 등 세 방향 차량들로 뒤얽히는 악명 높은 상습정체 삼거리다.

대전시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총사업비 1494억 1400만 원을 절반씩 부담하는 `외삼네거리-유성복합터미널 간선급행버스체계(BRT) 연결도로 건설공사`의 핵심 접합부이기도 하다. 양 기관은 2016년 설계 당시 교통체증 해소, BRT 정시성 확보를 내세워 장대삼거리에 고가도로를 신설하는 입체통행 방식을 채택했다가 사업비 증액 어려움, 지가 하락 우려 민원 등으로 평면교차로로 돌아섰다. 지역주민들은 성장일로인 유성의 미래 교통수요 폭증에 대비해 입체교차로 복귀를 촉구하고 있지만 대전시는 행정의 일관성을 명분 삼아 유성천교 기초공사에 돌입하는 등 평면화 공정률 높이기에 한창이다.

대전시는 갑천네거리 평면교차로 조성에 따른 시민사회 우려가 제기된 당시와 마찬가지로 장대교차로 논란에 대해서도 "우선 개통 후 교통량 변화로 입체화 필요성과 타당성이 확보될 경우 입체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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