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훈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
정정훈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
지난해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촉발된 지 1년이 지나도록 세계가 고통 속에 신음하는 가운데 올해도 어김없이 저물어 가고 있다. 여러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 및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지만, 새해에도 현재의 상황이 완전히 종식되리라고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우울하고 암담한 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것 같아 안타깝다. 본 기고에서는 천 년 동안 번성했던 로마제국의 표준어였던 라틴어의 문장들로부터 코로나19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한 몇 가지 삶의 지혜를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 문장은 `혹 쿠오케 트란시비트(Hoc quoque transbit)` 즉, `이 또한 지나가리라`이다. 천재지변이든 인재든 간에 시간이 지나면 끝나기 마련이기에,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건네는 삶의 지혜 또는 위로의 말로써 널리 사용되는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은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의 창궐 시기가 더욱 빨라지리라 예상되는 향후의 삶에는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앞으로는 미국의 R&B 가수이자 피아니스트인 비비안 그린의 `인생은 폭풍우가 지나가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춤출 수 있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는 말처럼 위기일수록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최재천 석좌교수가 주장하듯이 `의학적 백신`보다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행동 백신`과 바이러스가 아예 인간에게 옮겨오지 못하도록 하는 `생태 백신`이 훨씬 효과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환경오염과 기후변화의 저감 등을 통해 자연과 공존할 수 있도록 지구를 함께 책임지는 지구인으로서의 능동적인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

다음 문장은 `닐 데스페란둠(Nil desperandum)`과 `둠 비타 에스트, 스페스 에스트(Dum vita est, spes est)` 즉, `절대 절망하지 마라`와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이다. 살면서 삶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절망적인 상황에서 괴로워하는 많은 이가 있겠지만, 절대로 절망하거나 포기하면 안 된다. 우리 인간에게는 살아 있는 한 희망할 수 있는 강한 자유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빅터 프랭클 박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죽음의 수용소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의미 요법(Logotherapy)`이라는 정신 치료법을 창안하고 고통과 절망 속에 살아가는 수많은 환자를 치료했다. 프랭클 박사는 무언가를 하거나 창조하면서 의미 찾기, 새로운 경험을 하거나 누군가를 만나 의미 찾기, 역경과 고통 속에서 의미 찾기라는 3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이중 마지막 방법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렇다, 인간은 숨을 쉬는 한 어떠한 고난 속에서도 희망할 수 있다.

마지막 문장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로 유명해진 `카르페 디엠(Carpe Diem)` 즉, `오늘 하루를 즐겨라`이다. 코로나19 상황은 필자를 포함한 많은 이에게 너무나 당연시하던 범사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해준 기회였을 것이다. 오늘을 온전히 즐기는 것은 `매 순간, 있는 자리(Now and here)`에서 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동안 당연시하거나 무관심했던 일상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한다. 강제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타인과의 관계 맺기가 제한된다는 불평불만보다는 바쁘다는 핑계로 어쩌면 거리를 두었을 자기 자신에 대해 돌아볼 귀중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

코로나19의 위기는 천재지변이 아니라 인재다. 향후 바이러스 전염병의 대유행 주기는 점점 더 짧아질 것이다. 자연과 인간이, 인간과 인간이 서로 도우며 공존하지 않으면 어떤 의학적 백신도 해답이 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명심해야 한다. 다가오는 신축년 새해에는 반드시 코로나19의 상황이 종식되어 모든 이들이 무탈히 일상에 복귀하고 범사의 기쁨을 다시 향유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정정훈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