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방해)가 13일 나흘째 이어진 가운데 국민의힘이 범 여권의 필리버스터 종결 시도에 강력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기본소득당이 전날(12일) 필리버스터 종결동의서를 국회에 제출했는데, 코로나19 상황을 핑계로 필리버스터를 끝내려 한다는 게 국민의힘 주장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처음으로 1000명대에 진입하며 `역대 최다`"라면서 "최대 위기이자 긴박한 비상 상황에서 필리버스터를 지속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필리버스터는 전날 `코로나 변수`로 잠시 중단됐었다.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김 의원이 음성 판정을 받아 16시간 만에 재개됐지만,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종결 요구서를 국회에 냈다. 민생과 방역을 챙겨야 하는 국회가 필리버스터에 발목 잡힐 순 없다는 게 민주당이 내세운 명분이다.

지난 10일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 직후 "야당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남은 쟁점 법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인정해 온 여당이 종료시점을 못박으며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재적의원 5분의 3(180석) 이상이 찬성하면 종료된다.

현재 민주당 의석은 구속 수감된 정정순 의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173석이다. 민주당을 탈당한 김홍걸·이상직·양정숙 의원, 여권 성향의 무소속 이용호 의원까지 더하면 177석이 확보된다.

여기에 열린민주당 3명, 기본소득당 1명 등 군소 야당도 종결 투표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혀오면서 181석이 확보됐다고 판단했다.

국민의힘은 애초 민주당이 야당에 필리버스터를 충분히 보장한다는 해놓고 입장을 완전히 바꾼 데 대해 "거대 여당의 또 다른 입법 독재"라고 비판했다.

박수영 의원은 이날 "코로나19 확산세를 이유로 들었는데, 필리버스터를 시작할 때도 일일 확진자가 600명에 근접하는 위기상황이었기에 실질적 이유는 아니라고 본다"며 "진짜 이유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선전이 전국에 생중계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또 당초 민주당이 필리버스터를 종결시키지 않겠다고 했었던 것을 언급하며 "처음에는 국민의힘을 지치게 만들겠다는 전략이었겠지만, 초선 의원 58명 전원이 참여하겠다고 하니 당황한 듯하다"고 했다.

정희용 의원은 "국민의힘은 계속해서 국민에 정부의 실정을 알려나가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관련 정부 대응에 대해 "다른 나라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는 뉴스에 가슴이 답답하다"며 "속히 백신접종 계획을 국민에 제대로 공개하고 믿음을 주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배현진 의원은 민주당 의원의 필리버스터 시간에 민주당 의원이 4명만 자리했던 부분을 언급하며 "국회 필리버스터 현장 방역은 민주당의 불참 속에 어느 때보다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었다"고 비꼬았다.

서울=백승목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