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 추천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이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야당의 극렬 반대 속에 집권 여당이 강행처리하는 오점을 남겼지만 국민의 오랜 염원인 공수처 출범이 목전에 다가왔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진전이라고 본다. 지난 7월 15일로 출범일을 정해 놓고도 수장을 임명하지 못하면서 `유령기관`으로 남아 있던 공수처가 출범하면 대통령을 비롯한 7000여명의 고위공직자가 수사대상이 된다. 공수처가 고위 공직사회에 만연한 특권과 반칙을 제어하는 국민의 기관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후보 추천위 의결정족수가 추천위원 7명 중 6명에서 5명으로 완화됨에 따라 야당 측 추천위원 2명의 반대 여부와 관계없이 후보 추천이 가능하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수처의 내년 벽두 출범을 강조한 만큼 추천위 재가동, 국회 인사청문회 등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관건인 만큼 추천위의 역할과 책임은 더욱 막중해졌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새로운 인물을 추천하는 방안 강구할 필요가 있겠지만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 등을 감안하면 기존 추천 후보들에게 시선이 쏠릴 것이다. 추천위는 이미 지난 4차 회의를 통해 기존 추천된 9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심사를 해왔기에 최종 후보 2인을 추천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터이지만 다시 한 번 후보들의 면면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결정하기를 바란다.

여야 정치권의 협조도 필수다. 먼저 민주당은 승리에 도취하기보다는 국민의힘의 우려를 잘 숙고하면서 공수처 출범에 따른 준비를 해 나가야 할 것이다. 당장은 시간에 쫓겨 야당의 비토권을 삭제했지만 이는 분명히 문제가 있는 만큼 차후 법 개정 등을 통해 공수처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해줘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검찰개혁 등 권력기관 개혁이 완수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국민의힘도 지난해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충돌부터 후보 추천위 가동, 공수처법 개정안 반대 필리버스터에 이르기까지 야당의 우려를 충실하게 전달했다. 공수처가 특정 정권의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거나 독재국가로 가는 디딤돌이 된다면 국민들이 용납할 리 없는 만큼 이제 그만 피해의식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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