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이전 여부 지역 내 최대 화두로 급부상
균형발전 위배, 공론화 부재 등 일방적 추진
애타는 심정으로 당·정·청 현명한 결정 호소

정재필 취재 2부장
정재필 취재 2부장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의 세종시 이전 여부가 최대 화두로 급부상했다. 20년여간 대전에서 시민과 동고동락했던 중소기업청이 부로 승격한 지 3년여 만에 대전을 떠나려고 하고 있다. 중기부의 세종시 이전 추진은 10월 16일 행정안전부에 세종이전의향서를 제출하며 공식화됐고, 오는 12월 17일 공청회를 앞두고 있다. 시중에선 공청회는 요식 행위라며 이전을 기정 사실화하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은 만큼 최종 결과는 두고 볼 일이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언론인에 앞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답답함을 넘어 울화가 치민다. 굳이 가겠다면 보내야겠지만 중기부가 세종 이전 보다 대전을 떠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보다 더 근거 있고 명확한 만큼 정부의 올바른 결정을 기대해본다.

첫째, 중기부의 세종 이전은 현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비전을 `손바닥 뒤집기`하는 처사다. 비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을 세종으로 이전하는 것은 수도권 과밀 해소와 균형발전 측면에서 세종시 건설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 또, 2005년 세종시 설치를 위한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에서 대전청사 또는 비수도권에 위치하는 기관은 제외한다는 이전기관 선정 원칙에도 위배된다.

둘째, 세종 이전 근거로 제시하는 업무 효율성 배가와 확장성의 한계는 어처구니없는 핑계로 밖에 볼 수 없다. 부처가 꼭 세종으로 가야만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논리라면 전임 정부 시절 청에서 처로 승격한 오송의 식품의약품안전처나 서울의 감사원도 이전해야 한다. 이전에 따른 엄청난 비용도 비효율을 넘어 예산 낭비다.

셋째, `야반도주`하듯 비밀리에 일방적으로 추진한 것도 미심쩍다. 세종에 못 가면 죽을병이라도 걸리는 듯 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상민 국회의원의 말처럼 중지를 모으고 시민의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

넷째, 사전 공론화 과정 부재도 문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전 시민 10명 중 8명이 `세종 이전`을 반대했다. 이전 추진에 앞서 반대를 무릎 쓰고 시민 의견을 구하는 게 정도이자 촛불정신을 표방한 정부의 시민참여 민주주의다.

다섯째, 대전 혁신도시 지정과 중기부 세종 이전 `빅딜설` 의혹을 반증해주는 중기부 이전은 원천무효다. 지난 10월 말 청와대 고위관계자와의 대화를 나눴던 대전시 행정부시장의 전언으로 촉발된 빅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현 정부나 시가 득 될 게 없다.

여섯째, 책임정치 구현 차원에서 중요하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충북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시민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이전을 강행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은 시민이 바보가 되지 않도록 책임져야 한다.

일곱째, 대전은 문재인 정권 출범은 물론 2018년 지방선거, 지난 4월 총선에 이르기까지 현 정부에 압도적인 지지로 힘을 보탰다. 그에 대한 보답이 중기부 세종 이전으로 돌아온다면 시민들은 망연자실하며, 지역 내 집권여당의 무기력과 무능, 무책임을 심판할 것이다.

여덟째, 중기부는 현 정부 출범 후 탄생한 신생 부처다. 차기 정부에서 어떤 운명에 처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청이 부로 승격돼 세종으로 가야 된다는 것은 일종의 궤변이다.

아홉째,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현실화되고 있다. 경기불황까지 겹치면서 어려운 상황에서 중기부 이전은 불요불급한 사안이다. 중기부는 짐 싸는 일보다 소상공인, 자영업, 중소기업 등을 어루만져줘야 할 비상상황이다.

열 번째, 공청회도 걱정된다. 요식 행사에, 시늉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 속에 코로나 대유행 시기에 굳이 강행하는 저의가 의심쩍다. 순연이 올바른 수순이다.

중기부의 세종시 이전은 대전의 위기다. 가뜩이나 세종시 빨대효과로 탈 대전을 선언하는 공공기관·정부 출연연·기업 등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을 가속화시킬 게 뻔하다. 따라서 중기부 세종 이전은 대전 시민 동의가 먼저다. 애타는 심정으로 정부·여당과 청와대의 현명한 판단과 결정을 호소드린다. 정재필 취재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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