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대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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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산업자원부 소속 차관급 외청(중소기업청)에서 장관급 독립부처로 거듭난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의 탈대전·세종행이 유력시되면서 `대전 혁신도시`에 암울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수도권 공공기관 추가 지방이전을 골자로 한 이른바 `혁신도시 시즌2` 국면에서 대전시는 중소기업 정책을 총괄하는 중기부 소재지라는 점을 내세워 중소기업 금융지원을 도맡은 국책은행인 중소기업은행(IBK기업은행)을 유치한다는 전략을 가다듬고 있었다. 중기부의 세종행이 대전 시민사회의 여론을 무시한 채 일방통행 식으로 강행되고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넘어 지역사회 염원으로 이뤄낸 대전 혁신도시가 제 모습을 갖출 수 있는 성장의 사다리마저 정부가 걷어차 버리는 지역홀대 구도로 흐르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본격화한 혁신도시 정책으로 지난해 전국 10개 혁신도시에 153개 공공기관이 이전을 마치며 1기 혁신도시는 막을 내렸다. 혁신도시별 이전기관 현황을 보면 부산에 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주택금융공사, 대구에 한국감정원·한국가스공사, 광주·전남은 한국전력공사·한국농어촌공사, 울산엔 한국석유공사, 강원엔 국민건강보험공단·한국관광공사가 있다. 또 충북에는 한국가스안전공사, 전북은 국민연금공단, 경북에 한국도로공사, 경남에 한국토지주택공사, 제주에는 공무원연금공단 등 수도권 공공기관 중에서도 상징성을 띠는 대규모 기관들이 정책적으로 안분돼 있다.

대전 혁신도시 추가 지정을 촉구하는 81만 시민 서명운동과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 노력 끝에 15년 만인 올해 혁신도시 지위를 얻은 대전시는 `대전역세권지구`와 대덕구 `연축지구`를 혁신도시 개발예정지구로 정했다. 기업은행은 중점유치 기관목록 1순위로 정부대전청사 소재 중기부와 기업은행 간 정책·금융·산업적 연관성을 고리로 기업은행 유치전에 임한다는 계획이었다. 추가 지방이전 물망에 오르는 공공기관이 100여 곳에 불과하고 기존 혁신도시에 굵직한 기관이 상당수 옮겨가 있으므로 대전 혁신도시를 이끌 대어급 기관은 기업은행이 유일하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하지만 대전 혁신도시 지정 낭보가 전해진 직후 중기부는 `세종이전의향서`를 정부에 제출하며 세종행을 전격 선언했고 연내 이전 관련 법적 절차가 마무리되면 내년 초 세종 이전이 공식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기부를 매개로 한 대전 혁신도시의 공공기관 유치전략이 무위로 돌아가는 셈이다. 혁신도시 신규멤버인 대전시가 동력을 잃는 사이 기업은행 유치를 위한 경쟁은 치열한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대구시는 지역구 국회의원인 윤재옥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지난 8월 대표발의한 `중소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등에 업고 사활을 건 모양새다. 윤 의원의 개정안은 `중소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한 중소기업은행법 4조(본점·지점·출장소·대리점 설치) 조항을 `대구`로 변경하는 게 골자다. 이어 11월에는 혁신도시와 기업도시를 지역구로 둔 여야 의원 16명으로 구성된 `혁신·기업도시 발전을 위한 여야 의원모임`이 국책은행 본사를 정관으로 정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중소기업은행법을 포함한 한국산업은행법, 한국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각 현행법은 모두 은행 본점을 서울시에 둔다고 규정해 놓았는데 이를 삭제하는 이번 개정안은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을 염두에 둔 사전 정지작업으로 해석된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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