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연 등 출연연 전 원장들 "일사부재리 원칙 위반, 조치 과해"
과기계 "폭언·폭력, 개인적 사과로 끝날 사안 아냐" 의견 분분

정부 출연 연구 기관 초유의 해임 위기에 놓인 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에 대해 원로과학자들이 처분 재고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해 향후 추이가 관심이다.

홍재학·장근호·최동환·이주진·김승조 등 역대 항우연 원장을 비롯해 안동만 전 국방과학연구소 소장, 박화영·최태인 전 한국기계연구원 원장, 양명승 전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 이규호 전 한국화학연구원 원장, 이태식 전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 등 원로과학자 11명은 10일 임 원장 해임 처분 재고 관련 탄원서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연구회에 전달했다.

이들은 품위 유지 의무 위반 등 이유로 과기부로부터 해임 처분을 받은 임 원장에 대해 "안타깝고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면서 "공적·사적으로 처리된 동일한 사안에 대해 추가 감사를 통해 해임 요구까지 건의한 조치는 일사부재리 원칙에도 위반되는 과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연구원에 대한 임 원장의 폭언·폭행과 관련해 올해 초 과기부 감사에서 경고·주의 처분이 내려졌고, 임 원장이 당사자에게 수차례 사과를 했기에 최근 진행한 특별감사에 따른 해임 처분은 지나치다는 주장이다.

또 이들은 "(임 원장은) 과음을 하면 아주 드물지만 오버액션이 일어날 때가 있었지만 주변 사람이나 타인에게 피해를 끼친 적을 목격한 적은 없었다"며 "친구들과 모임에서도 분위기에 돋우기 위해서인지 옆에 앉은 사람의 어깨를 깨무는 흉내를 내는 정도는 있었다. 항우연 전 원장 몇 분도 물린 경우가 있었지만 전혀 아플 정도는 아니었고 그것을 좀 과도한 친밀감 표시라고 생각했다"고 회식 자리에서 발생한 폭언·폭행에 오해가 있었다는 취지로 임 원장을 감쌌다.

이들은 임 원장과 일부 연구원들 간 갈등 이유로 임 원장의 조직개편 시도에 대한 반발을 지목하면서 "조직 개편을 제대로 해보려는 열정이 빚어낸 단순사고가 관할 부처의 해임 요구 조치까지 연결된다면 앞으로 어느 원장이 기관의 효율화나 혁신을 위한 노력에 전력을 다할지 심히 걱정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임 원장은 임기를 2개월도 안 되게 남겨 놓고 있다"며 "지난 3년간 수행해 온 업무를 정리하고 다음 임기의 원장에게 그간의 업무를 자연스럽게 인계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해 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간청했다.

반면 또 다른 과학계 한 원로는 "폭언·폭행 문제가 개인적인 사과로 끝날 일은 아니다"라며 "재감사에서 해임 처분이 내려질 정도면 그 정도가 심했다는 것을 입증한 것 아니겠냐"고 주장해 이번 사태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모습이다.

앞서 과기부는 지난달 30일 품위 유지 의무 위반 등 이유로 임 원장에 대한 해임 처분을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 요구했다. 임 원장은 즉각 반발하며 이의 신청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장진웅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장진웅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