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히말라야는 왜 가? (백운희 지음/ 책구름/ 276쪽/ 1만 5000원)

`남녀고용 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이 최초 제정된 지 약 30년이 흘렀다. 고용 평등은 물론 일·가정의 양립은 여전히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부와 지자체가 지역소멸론을 거론해 내놓은 저출생 해법이 유명무실한 것과 마찬가지다. 문제는 사회구조와 관련해 임신과 출산, 육아는 노동과 밀접하다는 것. 양육자가 아이를 낳고 기를 시간과 그에 따른 보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한다. 수당 몇 푼에 아이를 낳으라는 정책과 돌봄의 의무를 지운 다음 선택을 강요하는 게 우리 현실이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주장한 저자는 아이가 만 세 돌이 되던 해, 육아를 멈추고 소위 `경단녀(경력단절여성)`가 됐다. 특히, 삶의 고비마다 산을 오르며 살아가던 저자가 세상을 인식하게 된 계기는 첫 직장인 언론사에서다. 저자는 기자로서 물론 취재원의 성별과 연령의 편중 현상이 심한 언론사에서 기자가 아닌 여성으로서 자기 검열과 자기혐오를 자연스레 체화했다고 서술했다.

이러한 경험으로 저자는 사회가 부여한 가짜 엄마 정체성에서 벗어나 아이와 함께 성장하고자 한, 개인의 성장기와 더불어 위태롭고 불안한 우리 사회의 기혼 유자녀 여성, 경력단절여성의 삶을 담아냈다. "약자에 머무르지 않고 교차성을 일깨워야 한다는 것, 엄마로 살아온 시간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날이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또, 한국 사회의 엄마들은 불안을 얻고, 불안과 싸운다고 말한다. 한국처럼 사회 불안 수준이 높고 공적 돌봄 체계가 빈약해 구성원이 각사도생에 내몰릴수록 이 같은 경향은 두터워진다고 경고한다. 최근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확산되고 사태가 길어지면서 돌봄 대안이 마땅치 않은 엄마들이 직장을 관두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결국, 예측 불가능한 아이의 성장에서 안전한 양육환경을 만드는 과정은 역설적이게 불안과 끝없는 싸움이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저자는 아이를 기르는 엄마로서의 정체성을 잠시나마 떨쳐낼 수 있는 시간과 장소, 터닝 포인트가 필요했다. 지난 2017년 1월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 엄마가 되고난 뒤 지진 피해의 아픔을 가진 네팔의 랑탕 계곡으로 향했다.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과 아이와 함께 저자 역시 성장할 계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신을 살피는 마음과 아이를 살피는 마음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과도한 자기중심성과 강박적인 돌봄 두 극단에 빠지지 않기 때문에 이번 여정에 나섰다. 저자는 이 시대의 모든 `엄마`들을 응원하면서 개인의 영역으로 치부되던 돌봄을 사회적 의제로 전환하고 착취와 차별, 혐오를 넘어선 사회적 연대를 소망한다. 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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