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식 ETRI 지능화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
신성식 ETRI 지능화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
부르곤뉴 핵심지역 꼬뜨도르의 북쪽 꼬뜨드뉘가 세계 최고의 피노누아 레드와인을 만든다면, 남쪽 꼬뜨드본(Cote de Beaune)은 세계 최상의 샤르도네 화이트 와인으로 와인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꼬뜨드본은 꼬뜨드뉘보다 상대적으로 화이트 와인의 비중이 높습니다. 꼬뜨드뉘의 그랑크뤼 24개가 전부 레드와인인 반면, 꼬뜨드본의 그랑크뤼 8개 중 7개가 화이트 와인입니다.

앞선 칼럼에서 소개드린 꼬뜨드뉘 마을들을 지나 `부르곤뉴 와인의 수도` 본(Beaune)으로 향하는 길로 접어들면, 바로 오른쪽에 밑을 바짝 자른 상고머리 같은 숲을 지닌 원추형 꼬르똥 언덕을 만나게 됩니다. 알로스-꼬르똥(Aloxe-Corton) 마을 북서쪽에 위치한 꼬르똥 언덕의 동향에서 남쪽을 거쳐 서향까지 경사면에 꼬뜨드본 유일의 레드 그랑크뤼 꼬르똥과 2개 화이트 그랑크뤼 샤를마뉴(Charlemagne)와 코르똥-샤를마뉴(Corton-Charlemagne) 포도밭이 있습니다. 코르똥 샤를마뉴는 수염을 길렀던 카롤링거 왕조의 샤를마뉴대제가 수염을 더럽히지 않을 맑은 와인을 만들기 위해 코르똥 언덕에 레드 대신 화이트 품종을 심어 즐겨 마신 것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에어비앤비 숙소 주인이 소개해준 꼬르똥씨(Corton C) 방문으로 꼬르똥 그랑크뤼 포도밭 구경을 시작했습니다. 황금빛 모자이크 문양으로 멋진 지붕의 꼬르똥씨는 부르곤뉴에서는 보기 힘든 샤또 스타일의 와이너리입니다. 꼬르똥 앙드레(Andre)로 불리던 와이너리를 북부론의 에르미따쥬 와인너리 폴자불레애네의 소유주 카롤린 프레이(Caroline Frey)가 2014년 인수해서 개명했습니다.

알로스-꼬르똥 마을 남쪽으로는 본과 본 이름이 들어간 마을, 샤비니(Savigny)와 쇼레(Chorey)로 이어집니다. 2015년 7월에 부르곤뉴 지역이 포도 재배 분야의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본이 디종과 함께 역사적 중심지로 인정받았습니다. 본은 매년 11월 3번째 일요일에 진행되는 자선 경매, 호스피스드본(Hospices de Beaune)으로도 유명합니다. 교통의 요지이기에 본에는 부르곤뉴 대형 매종들의 본사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제게는 파트리아쉬(Patriache)와 부샤르(Bouchard)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본 남쪽으로는 레드와인만 생산하는 뽀마르(Pommard)와 볼네(Volnay) 마을로 이어집니다. 다른 마을과는 달리 뤼지엥(Rugiens)이란 철분이 풍부한 붉은 색 토양의 뽀마르는 향과 색이 짙고 타닌과 알콜도 강한 스타일의 와인이라, `부르곤뉴의 보르도`라 칭해지기도 합니다. 마을을 대표하는 샤또 드 뽀마르(Chateau de Pommard)를 방문해서 잘 정돈된 시설과 와인들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볼네 마을 아래로는 화이트를 주로 생산하는 뫼르소(Meursault)로 이어집니다. 까뮈의 소설 `이방인`의 주인공 이름이기도 한 뫼르소는 그랑크뤼 포도밭은 없지만, 와인 애호가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전형적인 꼬뜨드본 화이트를 맛볼 수 있는 루트입니다. 뫼르소에 이어지는 퓔리니-몽라셰(Puligny-Montrachet)와 사샤뉴-몽라셰(Chassagne-Montrachet) 마을 중간에 몽라셰 이름이 들어간 꼬뜨드본의 화이트 그랑크뤼 5개가 있습니다. 숙성되면 진한 황금빛 빛깔과 지속적인 복합적인 향과 우아한 풍미로 몽라셰 와인을 마시고 나면, `고딕 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장엄한 파이프 오르간 소리 같은 느낌`의 알렉상드르 뒤마의 표현이 생각납니다. 신성식 ETRI 지능화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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