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인공지능(AI) 대학원이 오는 2023년 대전을 떠나 서울로 이전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 AI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는 모토로 지난해 국내 최초로 개설된 카이스트 AI 대학원이 뿌리도 내리기 전에 서울행을 택한 것이다. 서울시와 카이스트는 8일 카이스트 AI 대학원의 양재동 이전 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양재 연구개발 혁신지구를 AI산업 허브로 육성하려는 서울시의 전략과 서울에 집중된 우수 AI 인프라와 인력에 눈독을 들인 카이스트의 이해가 합치된 결과물로 보여진다.

AI대학원은 미래산업을 선도할 AI분야 전문인력의 육성 산실로 기능하면서 원천기술 개발이나 주변 기업과의 시너지 효과 등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를 고려하면 카이스트 AI대학원의 이탈은 4차산업혁명 기지이자 과학특별시를 꿈꾸는 대전에겐 뼈아픈 일이다. 그러기에 대전시의 책임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시는 카이스트의 AI대학원 이전 움직임은 감지했지만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으며, 협약 체결 사실도 뒤늦게야 알았다고 한다. 이는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과학부시장까지 도입하며 과학도시를 주창해온 시가 이를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요, 알고도 대응을 하지 못했다면 책임을 방기한 꼴이 된다.

카이스트에게도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인력과 인프라가 우수한 서울로 옮겨가겠다는 것은 고심의 결과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서울 집중을 막고 지역균형발전을 꾀하자는 시대다. 정부에서도 이를 국가 과제로 설정해 혁신도시 조성이니, 공공기관 이전이니 하는 마당에 서울행을 택한 행태는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다. 나아가 서울에 AI 대학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전국 AI 대학원 8개 가운데 고려대, 성균관대, 연세대, 한양대 등 서울에 4개가 몰려있고 지방엔 카이스트와 포항공대, 광주과기원과 울산과기원에 개설돼 있다. 권역별로 충청권만 AI 대학원이 사라지는 셈이다.

과학기술도시라는 대전의 위상이 점차 무뎌지는 현 상황에서 카이스트 AI 대학원의 서울 이전 소식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미 협약까지 체결한 마당에 가지 말라고 붙잡기는 어렵겠지만 시는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중기부 세종 이전 논란이 그렇듯 언제까지 대전시가 뒷북만 치고 있을 것인지 씁쓸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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