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찬 건축사 (바른건축사사무소 대표)
강영찬 건축사 (바른건축사사무소 대표)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1991년 소설 `개미`를 출간해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단 숨에 주목받는 `프랑스의 천재 작가`로 떠오른 소설가다. 1961년 프랑스 출생이다. 전 세계 35개 언어로 번역돼 2300만 부 이상 판매되고 있는 그의 소설의 매력은 무엇일까.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설명할 때 빠질 수 없는 단어는 바로 `상상력`이다. 그의 독특한 상상력은 우리나라에 2011년 발행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사전`이라는 629페이지의 진짜 잡학사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체 383가지의 다양한 소재(1+1=3, 타지마할, 힌두인의 우주 등)에 대한 설명 중 52번째 아틀란티스에 대한 설명은 2020년에 발행한 `기억`의 주제가 되기도 했다.

집을 짓고자 하는 건축주를 만날 때만 느끼는 살아있는 `상상력`이 있다. 오랜 시간 혼자만의 머릿속에 상상만 해오던 꿈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그 순간만큼은 어느새 조물주가 되어 이미 다 지어진 건물 안에서 나에게 손짓하고 있는 예비 건축주의 모습을 보게 된다. 언제부터 모았는지 여기저기 인터넷을 통해 찾아온 이미지들을 보여주면서 이곳저곳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한다. 어린 아이가 되어 그의 모든 이야기를 듣고 메모하고 차를 한잔 마시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건축사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상상력 넘치는 공간을 위해 불철주야 도서와 씨름이 시작된다. 여러 사람들의 땀과 노력으로 하나하나 도면을 만들고, 허가를 득하고, 공사를 하고, 준공을 해서 살아있는 건물을 세상에 내놓는 그 순간을 상상하며 스케치를 시작한다. 그 순간 예비 건축주의 상상은 이미 현실이 되어가는 것이다.

상상력. 우리들이 소설이나 영화에 열광하는 이유는 상상력 때문이 아닐까. 현실에는 없는 일들에 대한 기대감, 대리만족, 위안, 희망, 재미. 우리에게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통한 독특한 `상상력`이나 집을 짓고자 하는 건축주의 힘에 넘치는 살아있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 생동감 넘치는 상상력과 함께 하는 순간 독특하고 살아있는 상상 속에 푹 빠져 한껏 웃고 있는 우리를 보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의 삶도 이러한 꿈과 희망으로 가득한 살아있는 상상력이 필요할 때다. 오랜 경기침체에 코로나19 장기화로 힘들기만 한 하루하루다. 매일 보내져오는 확진자 안내문자나 마스크가 일상이 되어버린 우리들의 모습에 황당하기만 하다. 어떻게 하다가 이렇게까지 된 건지. 이제는 원인이나 이유를 따지기도 지쳤다. 그저 재난지원금이나 코로나 백신·치료제 소식만 기다릴 뿐이다. 시간마저 대설을 지나 겨울의 시작이다. 몸도 마음도 추워지게 마련인데 따뜻한 소식은 찾아보기도 힘들다. 당연하게만 여겨지던 모든 일상이 소중하기만 하다. 이러한 팬데믹이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니 더욱 암울해진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까지 이렇게 힘겨운 시간을 물려줄 수는 없다. 마스크 없이 미세먼지 걱정 없는 곳에서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우리들이 그랬던 것처럼. 하나뿐인 지구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시작으로 힘들더라도 나의 주변을 살피고 세상을 돌볼 줄 아는 모습으로 변화하고 실천해야 코로나19와 같은 힘겨운 시간이 다시는 없을 것이다. 우리 한번 상상해보자. 코로나19가 끝나고 다시 일상의 모습으로 돌아가 여러 사람들이 어우러져 박장대소하고 서로를 격려하며 아껴주고 보듬는 우리들의 모습을. 코로나19라는 시간이 그동안 우리들의 삶에 대해 냉철히 되돌아보게 하는 것 같다. 힘든 과정이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코로나19의 기나긴 터널을 지난 우리 모습을 마음속에서라도 상상해 보는 건 어떨까. 그렇다면 이미 그 상상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 현실은 상상력을 통해 우리 마음속에서부터 시작해 우리 주변을 따뜻한 온기가 넘치는 곳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강영찬 건축사 (바른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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