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철 대전도시철도공사 사장
김경철 대전도시철도공사 사장
균형발전 논의의 시작은 1977년 입안된 `행정수도건설 백지계획`이라 할 수 있다. 반세기 가까운 시간이 지났는데도 논의가 이어지는 것은 이 문제가 그만큼 난제란 반증일 것이다. 가만히 보면 그동안 어떤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먼저 문제를 보는 관점이다. 세간의 인식은 균형발전이 수도권에 있는 것을 빼앗아 지방에 나눠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아니다.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번영을 위해 한계에 다다른 수도권을 대체할 제2의 성장엔진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접근해야 문제해결의 새로운 시각이 생기고 정책 추진동력과 실효성이 생긴다. 둘째, 추진전략이다. 지방이 새로운 성장엔진이 되려면 중심에 지방이 있어야 한다. `나눠주기`가 아닌 `새로 만들기` 관점에서 다시 전략을 수립해야 하고 투자방식도 변화해야 한다. 기존의 예비타당성조사 또한 장기전략에 따른 도전적 투자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예타는 수도권 밀집구조와 기득권을 강화시킬 뿐이다. 도로·철도 인프라 사업의 예타 통과비율을 보면 전국 평균은 63.5%에 불과한 반면 강남권은 90.5%다. 2014년 이후 수도권에 3조 3500억 원의 광역철도 국비예산을 집행하는 동안 비수도권에는 겨우 2000억 원의 예산만이 집행됐다. 지금의 투자 기준으로 포항제철(현 포스코)을 세우고 브로드밴드(초고속 인터넷)를 전국에 까는 도전이 다시 가능할 수 있을지 반문해볼 일이다.

철도가 중요하다. 철도는 산업의 혈맥이며 그린 뉴딜의 핵심이다. 대한민국은 수도권 1극 중심으로 모든 자원이 집중되도록 수직구조화되어 있다. 이를 각 권역 중심으로 수평적으로 재연결하는 다극 교통망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각 지방정부가 충청권 메가시티, 동남권 메가시티 등 거대 공동체 중심의 균형발전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데 선제적인 철도인프라 구축을 통해 이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각 권역 내부는 시속 100㎞ 이상 광역급행철도망을 구축해 수도권 수준으로 시간거리를 압축하고 권역내 대중교통 사각지대를 시속 60㎞ 수준의 도시철도로 해소해야 한다. 각 권역을 300㎞ 속도의 고속철도망으로 수평적으로 연결해 전국 어디든 반나절 생활권으로 묶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치체계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6·25로 전 국토가 잿더미가 된 이후 최고의 가치는 물질 자본 중심의 GDP 증대였다. 바뀌어야 한다. OECD 자살률 1위, 출산율 최하위 등 부작용이 극심하다. 물질 중심 가치체계를 인간 중심, 무형(사회적) 자본 중심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지속가능하다. 균형발전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균형발전은 GDP-수도권 중심의 가치체계를 인본-지역 중심으로 대전환하는 가장 강력한 지렛대이기 때문이다. 19세기말 영국에는 `붉은깃발법`이란 것이 있었다. 마차산업과 마차를 타는 귀족을 보호하기 위해 당시 막 발명된 자동차의 운행 속도를 제한한 것이다. 이로 인해 영국은 자동차를 처음 발명했음에도 독일, 미국 등에 주도권을 빼앗겼다. 우리 역시 같은 운명에 처할 수 있다. 도처에 산재한 붉은 깃발을 걷어내고 균형발전을 위한 담대한 도전을 시작해야 한다. 60년 전 농업국가 대한민국을 제조업강국으로 일으켜 세우고 20년 전 다시 IT강국으로 탈바꿈했던 한민족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발휘할 때다. 그 중심에 `충청권 메가시티`를 성사시킨 대전이 있다. 수도권을 대체할 대전·세종·충청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주역으로 우뚝 서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이것이 균형발전이다. 김경철 대전도시철도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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