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가 어제 예산의 한 리조트에서 국제 콘퍼런스를 열고 태안 유류피해 극복기록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전략을 논의했다. 지난 2018년 민간차원의 추진위가 활동을 전개한 이래 관련 용역을 거쳐 도가 이를 본격화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2007년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와 복원 과정을 담은 기록물은 환경의 중요성과 협동정신으로 재난을 이겨낼 수 있었음을 증거하는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손색이 없다고 봐도 될 것이다. 도는 유네스코 등재가 반드시 이뤄질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하기 바란다.

현재 우리나라는 훈민정음 해례본 등 16건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재난기록물은 등재된 바 없다. 재난기록의 등재는 이를 통해 유사한 재난이나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등 교훈을 얻자는 데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러시아 체르노빌 원전사고, 인도양 쓰나미와 같은 대형 재난도 그래서 유네스코 기록물로 등재되어 있다. 최악의 원전사고로 꼽히는 체르노빌의 경우, 일대가 초토화됐으나 세계기록유산 등재 이후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의 대상지로 재조명을 받고 있다. 태안 유류사고와 극복과정 역시 환경교육장으로 손색이 없다는 점에서 이들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

태안 유류피해 극복과정은 드라마틱했고 전 세계가 주목했다. 123만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자들이 한마음으로 팔을 걷어붙인 결과 태안 앞바다는 사고 발생 7개월여 만에 청정자연을 되찾았다. `서해안의 기적`을 기념하기 위해 만리포해수욕장에는 `유류피해극복기념관`도 건립되어 있고, 오염사고 발생부터 극복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담은 20여만점의 공공·민간기록물이 수집되어 있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가치는 충분하다.

일단 도는 등재 목표를 2023년으로 잡고 있는 모양이지만 과정이 순탄치 많은 않을 것이다. 20여만점에 달하는 공문서, 상황일지, 환경복원 기록물을 분류하고 선별하는 작업부터 쉬운 일이 아니거니와 코로나19로 인해 유네스코 회의도 여의치 않다는 소식도 들린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낸 태안 유류사고 극복기록을 세계사적 기록으로 남길 필요가 있다. 남은 기간 자료 등을 보완하고 신청 논리를 개발하는데 주력했으면 한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