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도상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산업수학연구본부장
조도상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산업수학연구본부장
과학, 자연, 기술, 그리고 인간의 문화에서 수학이 하는 역할에 대한 올바른 평가와 이해를 촉진하기 위해 미국수학회가 운영하는 `수학이 빛나는 순간들(Mathematical Moments)` 프로그램은 사회 여러 곳에서 갖가지 다양한 목적으로 쓰이는 수학의 활약상을 소개하고 있다. 최근에 올라온 글을 살펴보면 바다에서 배가 뒤집혀서 인명구조의 긴급한 상황에서 조난당한 사람들의 위치를 정확하게 찾을 수 있는 미분방정식에 기반한 새로운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기존의 구조팀은 조류와 날씨 정보를 이용해 조난자의 위치를 파악하게 되는데 실제상황에서는 조류의 급격한 변화로 예상하지 못했던 곳으로 사람이나 물체들이 떠내려가게 돼 이른바 골든타임을 놓쳐 소중한 인명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새로운 기술은 해양에서의 시뮬레이션 결과 두세 시간 안에 조난자의 위치를 파악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이외에도 정보통신기술, 의료, 정치,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학을 통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들의 합리적인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정당에게 부당한 이익을 주도록 괴상한 모양의 선거구를 만드는 것을 `당략적 선거구 획정`이라고 한다. 수학자들은 정치과학자들과 함께 기하학과 컴퓨터를 융합해 수백만 개의 구획 개편안을 만들고, 각 개편안마다 비정치성 척도를 부여해 제안된 구획 개편안을 컴퓨터가 생성한 안과 비교함으로써 특별히 부당한 안들은 쉽게 드러나서 거부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방법론을 채택해 선거구 획정 시에 특정 정당의 유불리를 배제한 선거제도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의료분야에서는 항암치료에 관련한 예도 있다. 많은 경우 투여량은 약의 실질적 효능보다는 부작용에 대한 환자의 내성력에 의거해 처방된다. 때로 치료하지 않은 종양은 작아지고 치료 중인 종양은 커질 때가 있다. 미분방정식과 수치해석학을 이용해 종양 세포와 면역 세포, 숙주 세포, 환자가 복용하는 약물 간의 상호 영향을 모형화함으로써 이러한 수수께끼를 해결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하여 항암치료와 면역 요법을 (전부 아니면 전무 외에) 더 복잡하게 조합해 사용할 수 있게 해 치료법의 효능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부작용을 극소화 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외에도 더 좋은 자전거 만들기, 농사 잘 짓기, 왕좌의 게임에서 영웅찾기, 비만 통제하기, 쓰나미 예보 등에서 수학이 이룬 성과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들은 수학이 모든 우리의 일상의 모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만병통치약으로 강조되는 것이 아니라 수학 연구가 다양한 영역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는 현재적 시점의 관찰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주제에 적합한 최적의 과정을 찾아가는 것이 수학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러한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협업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학제 간 융합연구를 선도하는 역할에서의 수학의 위치가 강조되고 있다. 합리적인 추론과 논리적인 수리모델링을 통해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고 있다. 현재 기술로는 해결되지 않거나 한계에 부닥친 문제들에 대한 새로운 접근은 그 문제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시각에서부터 비롯된다. 이러한 본질적인 문제 접근은 수학 연구의 기본적인 방법론에 의해 자연스럽게 가능하다, 왜냐하면 수학자들은 다른 분야의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어떠한 전문가적 선입견 내지는 가치 판단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우리 사회도 서로 다른 가치체계를 가진 집단들의 공존을 위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일방적인 힘의 논리와 법률과 규정의 엄격한 집행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공동의 선을 위한 합의가 필요하다. 다양한 이익집단의 요구를 전제조건으로 공동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모델링이 가능하다면 `수학이 빛나는 순간`을 우리 사회에서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조도상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산업수학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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