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5년 차 교통지도 봉사 해온 서구 모범운전자회 기사 "이렇게 한적한 수능은 처음이다."
떠들썩한 후배 응원, 교문 앞 서성이는 학부모 없어…수험생 체온 오를까 느릿느릿 입실

"배웅 차량으로 고사장이 혼잡할 것을 대비해 매년 교통 안내 봉사를 해왔는데, 이렇게 한적한 수능은 난생처음입니다."

대전 괴정고등학교 횡단보도 앞에서 교통정리 봉사를 하던 강장현(66)씨는 썰렁한 고사장 분위기를 두고 이같이 말했다.

3일 오전 7시 30분 대전시교육청 제27시험지구 13시험장인 대전 괴정고등학교. 고사장 입실 40분을 남기고 수험생들이 하나둘 고사장 앞으로 모여들었다. 수험생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눈빛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예년 같았으면 후배들의 힘찬 응원을 뒤로 한 채 시험실로 향했을 테지만 올해는 고사장 앞이 휑했다. 따뜻한 차를 건네는 후배 학생도, 왁자지껄했던 응원의 목소리와 북소리도 없었다.

학생들은 느릿한 발걸음으로 고사실로 향했다. 걸음을 재촉하거나 뛰는 학생은 없었다. 혹시라도 활발한 활동으로 체온이 오르게 되면, 유증상자 학생을 위한 별도시험실에서 수능을 치러야 하는 까닭이다.

건물로 들어서기 전에 학생들은 현관 앞에 한 줄로 섰다. 수능 감독관의 지시에 따라 손 세정제로 손을 소독하고, 열화상 카메라 앞에서 체온 측정을 마치고서야 건물 내로 진입할 수 있었다. 학생들 손에는 도시락 가방과 수험표·신분증이 들려있었다.

학부모도 차량과 도보로 자녀를 데려다주고는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그도 그럴 것이 수능 하루 전인 지난 2일 오전, 대전 유성구에 한 수능 감독관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등 감염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최대한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서다.

혹시모를 감염우려로 짧은시간 고사장에 머물렀던 학부모 강미경(53) 씨는 "오늘 막내딸이 수능을 치른다. 시험장에서 감염될까 불안한 마음에 방역 마스크2개, 덴탈 마스크 2개를 가방에 넣어줬다"며 "아끼지 말고 쉬는 시간마다 바꿔서 착용하라고 했다. 아이가 웃는 모습으로 시험장에서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박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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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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