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밀실 협의 이전설 '대체 뭘했냐'…지역 정치 고질 '뒷북치기' 재현
국회의장·당 중진·시장·구청장·시의원 모두 여당…'기존 자산 지키지도 못하나' 비난

[그래픽=대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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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이 지방선거와 총선을 석권한 대전 정치권이 중소벤처기업부 세종 이전을 막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이전 반대`를 외치는 지역 정치권의 `실질적 시그널`은 `출구 전략` 모색이란 의심의 눈초리도 받는다. 국회의장을 비롯해 5선과 3선의 중진 국회의원 등이 포진해 있고, 더욱이 지역구 국회의원과 시의원, 대전시장과 5개 구청장 모두 민주당이 차지했음에도 현 정부에서 오래 전부터 진행돼온 `중기부 세종 이전 밀실 협의`는 물론 이전설이 제기되던 초반, 지역 정치권은 `대체 뭘했냐`는 싸늘한 시선에 직면하고 있다. 정치적 셈법이 분주해진 모습으로 민심과 정부 사이에서 눈치만 보다가는 `심판론`에 직면할 것이란 경고의 목소리가 점차 거세지고 있다.

이처럼 지역민들의 분노가 커진 배경은 지역 정치권의 고질병인 `뒷북 치기`가 또 다시 재현됐다는 점이다. 초반에는 문제의 심각성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눈치다.

중기부 세종 이전설 재점화는 `대전일보의 지난 9월 6일자 보도`에서 촉발됐다. 이후 지역은 물론 중앙 언론에서도 이에 대한 취재와 기사들이 쏟아졌지만, 지역 정치권은 그때까지만 해도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혹 정부 차원의 추진 사업이란 점에서 논란으로 확대될까 전전긍긍하며 애써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 배경이다.

그러다 중기부가 지난 10월 행안부에 `세종 이전 의향서`를 제출하면서 비판 여론이 고조되자 그제서야 부랴부랴 세종 이전 반대에 사활을 걸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그 당시 대전 지역에 펄럭이는 현수막은 혁신도시 지정을 알리는 치적만 즐비할 뿐, 중기부 세종 이전 반대란 단어는 전무한 상황이 `말과 행동의 부조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 같은 상황은 지역 국회의원들을 만나는 자리에서도 반복됐다.

관계부처 수장을 만나 분명한 반대 의사를 전달하겠다고 밝힌 한 의원은 기자에게 "그런데 (중기부 세종 이전을 막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무심결에 본심을 전하는 듯한 말을 흘렸다.

지역의 다수 의원들도 "현재는 중기부와 싸울 때가 아니다. 중기부가 세종 이전 방침을 철회할 리 없기 때문"이라고 못박으며 "정부가 대전 민심을 민감하게 받아들여 중기부 이전을 불허하는 방안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면서 지역 대표로서의 책임론이 아닌 언론의 역할론을 당부하는 취지의 언급을 내놨다.

이에 대해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여론 딜레마`에 빠진 `출구 전략`이라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중기부 세종 이전 방침은 박영선 장관이란 강력한 구심점과 현 대전 정치권의 여당 장악을 호재로 판단했을 수 있다"면서 "그런데 지역 반발이 워낙 거세지다 보니 정치인들도 여론에 등 떠밀려 `뒷북 대응`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어정쩡한 스탠스로 이어진 듯 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심과 정부 사이에서 눈치만 보다가는 현 정치권의 심판론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 정가의 한 인사는 "현재 중기부 사수에 있어 지역 정치권 만큼은 정치적 판단을 배제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성난 민심은 언제든 배를 뒤집을 수 있다`는 군주민수(君舟民水)란 성어를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백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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