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홍성중계소 100억 원에 매각
내포신도시 부지 10년 가까이 방치
지역 주민 기대와 분노 복합적 작용

은현탁 충남취재본부장
은현탁 충남취재본부장
내포신도시의 중심도로인 충남대로와 도청대로가 만나는 곳에는 KBS신축부지라는 팻말이 서 있다. 이 땅은 충남도청 남문광장을 마주 보고, 바로 옆에는 내포신도시의 랜드마크인 충남도서관이 위치해 있다. 용봉산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내포신도시의 명당이다.

내포신도시가 점점 성장해 나가면서 이 부지 주변에는 아파트와 오피스텔, 상가가 들어섰다. KBS가 지난 2011년 충남방송총국을 설립하기 위해 매입한 부지는 2만 925㎡ 규모로 지금은 노른자위 땅이 됐다. KBS는 경영난을 이유로 설계를 유보하고 차일피일 사업을 미루고 있다. 시간이 흘러 9년이 지나면서 내포신도시와 홍성군민, 나아가 충남도민들의 기대도 무너지고 있다. 처음의 기대는 점점 분노로 바뀌어 가고 있다.

급기야 충남지역 157개 사회단체가 들고일어나 KBS충남방송총국 설립 범도민추진위를 구성했고, 서명운동을 벌인 지 한 달 만에 무려 21만 명이 참여했다. 충남도의회는 지난달부터 KBS 본사 앞에서 김명선 의장을 필두로 도의원들이 매일 순서를 정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도민들과 도민 대표들이 KBS방송총국 설립을 촉구하고 나선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14개 광역단체 중 충남이 유일하게 KBS방송국이 없다는 사실이다. 다른 지역은 다 있는데 충남만 없다는 사실이 도민들을 자존심 상하게 만들고 있다. 충남도정의 핵심 과제였던 충남혁신도시 역시 다른 도 단위 광역자치단체에는 다 있는데 유독 충남만 없어 지역민들의 공분을 사게 했다. 충남은 도 단위에서 세 번째 많은 262억 원가량의 수신료를 내고 있는데 KBS는 왜 충남에만 투자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또한 충남에 재난 주관방송사인 KBS가 없다 보니 지역 뉴스와 정보를 제대로 얻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대전에 위치한 지역방송은 대전을 중심으로 방송을 제작하는 구조여서 충남 소식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요즘 충남도청 공무원들 사이에는 비단 KBS 뿐만 아니라 지역의 언론들이 대전에 비해 충남의 뉴스를 작게 다루고 있다는 주장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충남도청이 대전에서 황무지나 다름없었던 내포로 온 지 만 8년이 지나면서 대전과 충남을 분리해 보는 시각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KBS가 최근 홍성읍내에 위치한 홍성중계소 부지를 매각하고 떠난 것도 지역 주민들을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홍성군은 지난 1984년 반대하는 지주들을 설득해 2억 원에 이 땅을 매입해 같은 가격에 KBS에 넘겨줬다. 군은 최근 KBS가 이 땅을 매각할 때도 당연히 내포신도시에 방송국 신축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용도로 생각했다고 한다. 이 땅은 수십 배 시세차익을 남기며 100억 원에 매각됐다. 그런데 상황은 기대와는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KBS측은 경영상 어려움만 토로하고 있고, 당장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면 로드맵을 제시해야 할 텐데 반응이 없다.

공교롭게도 KBS가 내포신도시 부지를 10년 가까이 방치하다 보니 부동산 투기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땅은 2011년 공급가가 120억 원(평당 189만 원)이었지만 2020년 개별공시지가는 202억 원(평당 318만 원)으로 껑충 뛰어 올랐다. 부동산 업계는 현재 실제 시세는 250억 원가량으로 보고 있다. KBS가 홍성읍내 땅을 매각하면서 지역주민들은 `혹시 이 땅도…`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KBS는 하루빨리 입장을 표명하지 않으면 결국 부동산 투기꾼으로 몰리게 된다.

지역민들이 마냥 KBS가 좋아서 유치활동을 펼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KBS에 대한 기대와 분노 등이 상당히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신료 거부 운동은 이미 예고된 사실이다. 충남도는 KBS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KBS가 공영방송이라고 하지만 대체재는 얼마든지 있다. 적당한 시기에 내포신도시 KBS부지를 공급가로 다시 돌려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은현탁 충남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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