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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게임 속 상대 모욕 행위, 어디까지 죄로 인정될까

2020-12-02기사 편집 2020-12-02 16:13:54      정성직 기자 noa8585@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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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현실에서의 피해자 특정 할 수 없다면 죄 물을 수 없어"

온라인게임 속에서 상대방을 모욕하는 채팅을 했더라도 그 내용이 현실에서의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다면 죄를 물을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전지법 형사9단독(이정훈 판사)은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24)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1월 국내 유명 온라인게임에 접속한 후 피해자 B씨와 채팅하던 중 B씨가 빈정거리며 대답한다는 이유로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는 일반채팅방에서 B씨를 모욕하는 글을 게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변호인측은 재판에서 "공소사실과 같이 일반채팅방에 글을 쓴 사실은 있다"면서도 "그런데 A씨가 쓴 글은 B씨가 아닌 게임 캐릭터에게 한 것이고, 주변 사정을 종합해 보더라도 해당 캐릭터가 B씨라는 것을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B씨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A씨는 B씨의 게임 캐릭터만 알고 있을 뿐 캐릭터를 B씨로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며 "상대 캐릭터를 모욕하는 것이 B씨를 모욕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없어 모욕의 범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B씨 측은 "현실에서 대면해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있는 C씨가 당시 게임에 접속해 A씨가 쓴 글을 직접 보았기 때문에 모욕죄가 성립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정훈 판사는 "B씨는 당시 주위에 있었던 10여 명의 캐릭터 중 B씨와 현실에서 대면에 B씨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사람은 C씨 뿐이라고 진술했다"며 "A씨가 B씨의 게임 캐릭터를 상대로 모욕적인 글을 쓴 사실은 인정되지만 C씨가 A씨를 차단한 상태였기 때문에 당시 A씨가 쓴 글을 직접 읽지는 않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모욕죄가 성립하려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공연히 모욕한다는 인식과 의사가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온라인게임에서는 피해자가 게임 내 또는 게임 이용자들이 이용하는 게시판 등에서 스스로 자신의 인적사항을 밝히지 않는 한 피고인 또는 주위 게임 이용자들이 실제 인물인 피해자를 지목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정성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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