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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희망의 원료인 고통

2020-12-03기사 편집 2020-12-03 07:5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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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이창덕 신부·천주교 대전교구 원로사목자
사람에게 계절을 택해 살 수 있는 힘이 있다면, 봄과 가을만 택해 살 것이다. 그러나 겨울은 솟아날 생명력을 준비하기에, 황폐의 기간이 아닌 대기의 기간인 것이니, 새벽이 오기 전의 암흑이고, 심산(深山)의 험로(險路)일 뿐이다. 여름의 무더위와 장마는 숲을 더욱 무성하게 하고 대기를 정화하며, 풍요로운 결실을 준비해 새 창조의 문을 연다. 그래서 고통스러운 추위와 더위를 맞이해야 하는 것이고, 다양한 고통들을 인생의 동반자로 삼는 것이다. 이 고통들에 대해서 수동적으로 운명에 맡기는 이도 있고, 고통을 정면으로 대항해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이도 있으며, 고통을 잊으려고 그 존재를 부인하는 이들도 있다.

근래에도 바이러스로 인한 경제적, 혹은 사회의 병리들, 또 자연의 여러 재해들, 양극화된 사회의 민심들, 개인적인 병고와 숱한 이별 등 애로(崖路)를 우리는 걷고 있는 것이다.

'데이비드 브린클리'는 "신은 가끔 우리 앞에 빵 대신 벽돌을 던져주시는데, 어떤 사람은 원망하면서 그 벽돌을 차다가 발가락 하나가 더 부러지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그 벽돌을 주춧돌로 삼아 기막힌 집을 짓기도 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고통하면 고대 그리스의 설화가 생각난다.

한 여인이 현실 세계의 삶을 마치고 사후 세계로 가기 위해서 그 경계를 짓고 있는 '스탁스' 강 앞에 섰단다. 그때 '웨이론'이라는 요정이 나타나 여인에게 "스탁스 강을 건너기 전에 미틀스 계곡의 물을 한 번 드셔보셔요. 세상의 모든 고통을 잊을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여인은 "이 세상의 모든 고통을 잊는 물이라면 마시겠어요"라고 대답한다. 요정은 "그러면 이 세상의 모든 기쁨도 잊어버리게 됩니다"고 말하자 여인은 "전 이 세상의 모든 실패의 기억들을 지우고 싶어요"라고 덧붙인다. 요정은 "그러면 당신의 모든 성공의 기억들도 함께 망각하게 됩니다"고 밝히자 여인은 "저는 빨리 세상의 모든 상처를 잊고만 싶습니다"고 말한다. 요정은 "그러면 당신은 모든 사랑도 망각하고 말 것입니다"고 전하자 여인은 요정의 마지막 말에 조용히 생각하고, 그리고는 "그렇다면 저는 그 샘물을 마시지 않겠어요"라고 결정을 내린다.

인생 속에는 고통과 실패, 상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기쁨과 성공, 사랑도 있다.

고통에 희망의 깃대를 꽂고, 기쁨과 성공을 거둬들인 사람도 많다.

도스토옙스키는 16세에 어머니를 폐병으로 여의고 18세에 아버지가 농노들에게 살해되는 것을 보았다. 젊은 날 사회주의 결사대에 가담했다가 사형선고를 받았고 36세에 결혼했지만, 아내가 43살의 나이에 결핵으로 죽었으며 아들마저 추위로 죽었다. 자신은 간질병으로 평생 고통 속에서 지냈다. 그의 인생은 황무지의 연속이었으나, 그는 고통의 인생에서 '백야', '죄와 벌',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 등과 같은 아름다운 장미꽃을 피워냈다. 그의 대표작인 '죄와 벌'의 탄생은 빚쟁이에 시달리고, 아내와 형이 죽던 인생에서 최고의 위기를 맞이할 때였다.

아놀드 토인비는 "인류문명의 흥망성쇠는 위기에서 비롯되며, 위기를 이겨낸 민족은 흥하지만, 도전에 굴복하면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진다"고 말했다.

인간은 고통 그 너머에 희망의 깃대를 꽂고, 지금의 고통은 다음에 올 기쁨의 서곡(序曲)이며, 암흑 가운데서 광명의 시작임을 인지할 지혜를 갖고 있다. 희망은 정체된 상태로 있지 않고, 역동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 실제적인 힘인 것이다. 칠흑 같은 어둠으로 사면초가(四面楚歌)라 하더라도 새벽이 다가올수록 어둠은 짙어지는 법이니 희망으로 새벽을 일깨워야 한다. 고통은 마치 우리의 그림자처럼 요람에서 무덤에까지 우리를 따라온다. 그러나 우리가 희망하고 있는 광명에 통하는 길임을 안다면 이를 피하지 않고 극복할 수 있다.

새날은 밤중부터 시작한다. 이창덕 천주교 대전교구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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