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한진 대전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오한진 대전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대학 입시철이다. 꽃다운 어린 학생들이 여전히 치열한 경쟁 구도의 일차적 관문인 대학 입시를 뚫어야 하는 우리의 현실이 쌀쌀한 날씨처럼 냉혹해서 안타깝다. 올해는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해 입시를 치르는 고등학교 3학년 졸업생 수 보다 대학 입학 정원이 더 많아서 지방대학들은 예년보다 신입생 모집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수도권은 물론 제주도를 포함 전국의 모든 지방대학까지 평균 입시 경쟁률이 수십·수백대에 달하는 인기 절정의 전공학과가 있다. 바로 의과대학이다. 올해 수시모집결과 의과대학 입시 경쟁률은 모든 전형에서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한다. 전국의 고등학교에서 전교 일등부터 최상위권 학생들 대부분이 의과대학을 지망한다고 한다.

자연계 최고의 인재들이 의대 쏠림 현상 문제만큼 의료인력의 수도권 쏠림 현상도 문제다. 의료인력의 수도권 쏠림으로 인한 인력 배치 불균형과 지역의 의료 소외 현상은 꽤 심각하다. 지역 간 의사 수 분포의 격차도 크다. 인구 1000명 당 활동의사 수는 서울과 부산, 대구, 대전 등 주요 대도시는 평균 2.5명에 달하지만 전국 250개 시·군·구에서 1000명 당 활동의사 수가 1명도 채 되지 않는 시·군·구가 무려 45곳(18%)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주요 필수과목인 내과·외과·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전문의가 부족한 게 의료 취약지역의 현실이다. 중·소도시들조차 스탠트 시술에 필요한 심장내과, 영상의학과, 신경외과 의료진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국토가 좁기 때문에 접근성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의사들의 수도권 선호현상이 지속되는 한 문제가 되는 지역이 점점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지역별 의료 불균형의 문제는 국가가 개입해서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공중보건의료 사안에 해당한다.

정부는 부족한 지역 필수의료인력 충원 해결책으로 올해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내놓았지만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로 정책 추진을 잠정 중단했다. 정부는 총 4000명의 의사를 추가로 양성하는 방안을 계획했고, 이 중 3000명을 지역의사전형을 통해 선발하고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는 대신 10년간 특정 지역에서 의무근무를 하는 지역의사로 육성할 계획을 세웠다. 의협은 정원이 늘어도 낙후지역에 향후 지속적으로 근무할 가능성이 거의 없고 의무 기간이 끝나면 대도시로 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정부안의 폐지를 주장했고 인도주의 실천 의사 협회는 국공립대학에서 더 많이 뽑아서 10년 이상 더 길게 근무시켜서 정부안의 공공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대생 증원 계획에 반발해서 심지어 아직 학생 신분인 의대생들까지 나서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졸업 예정자인 의과대학 4학년생들은 의사 국가고시를 거부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또한 의대 입학 정원의 증원 대상이 되는 대학의 범주를 구체화하지 않아서 사립대학에게도 정부의 혈세가 투입될까 우려하는 시민사회의 비난도 있었다.

코로나 사태가 종식된 후 정부와 의료계는 의대 정원 확대 문제를 재논의하기로 했지만 서로 조금씩 양보하지 않는다면 아픈 환자들만 또다시 피해를 볼 수 있다. 공정과 역차별 논란이 있겠지만 의료계가 반대하는 증원 없이 현행 약 30%에 해당하는 지역인재 전형을 80%까지 대폭 상향하는 방법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정부가 내 놓은 의대 정원 증원에 의사단체와 정부가 합의한다고 해도 충원된 의사들의 수도권 쏠림을 방지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현재는 의과대학 입시 경쟁이 매우 치열하기 때문에 입학 조건에 10년이 아닌 20년간 지역의사로 근무하는 강제의무 조건을 달아도 충분히 많은 지원자가 있을 거라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걸 미래의 인적자원 확충으로 해결하려는 방법에만 의존하지 말고 현재 운영되고 있는 지방 공공의료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낙후된 시설개선과 함께 현재 지역공공의료에 종사하고 있는 의료진들에게 더 필요한 지원과 투자가 필요한 것은 아닌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오한진 대전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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